[사진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사진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이란성 쌍둥이를 키우면서 애들마다 타고나는 게 참 다르구나, 절실히 느끼곤 한다. 애들은 참 아롱이다롱이다. 독서에 대한 태도와 독서 취향도 그렇다. 다독으로 가는 길에 정답은 없다. 다만 이런 방법은 어떨지 제안해 본다.

다시, 도서관·서점과 행복한 기억 연결하기
우리집은 유아 때부터 초등 3학년 정도까지 거의 매주 어린이도서관에 갔다. 온 가족이 가고, 엄마가 바쁠 때는 아빠가 데려갔다.

다독에 대해 꽤 고민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일단 도서관과 서점에 한 달에 한 번, 안 되면 두 달에 한 번이라도 가는 게 시작인 것 같다. 책을 고른 다음에는 일단 맛있는 것을 사 먹여야 한다. 이거 중요하다. 오는 길에 핫초코 같은 맛있는 간식을 사주며 수다를 떨고, 어떨 때는 가족 외식도 좋다. 기분도 서로 안 상하게 되도록 즐겁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집의 경우 대형서점에 간 날이라 안에 팬시점이 있는 경우, 아이가 원하면 평소에 안 사주던 것도 더 잘 사줬다. 책이 있는 공간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했다.

애들이 부모 욕심만큼 다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집 아이들이 중고등 때 세계문학전집을 독파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한 아이는 좀 읽고, 한 아이는 거의 안 읽었다. 그런데 대학생이 된 후 세계문학을 읽기 시작했다. 책의 공간과 행복한 기억이 연결되어 있으면, 언제가 되었든 읽게 된다. 대입이 끝이 아니다.

제임스 카메론이 아이 독서에 주는 교훈
「터미네이터」, 「타이타닉」,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 카메론은 ‘하이테크 필름 메이커의 천재’, ‘흥행의 제왕’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최첨단 기술을 영화에 접목해 영상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그의 스토리는 부모들에게 독서의 힘과 아울러 다독이란 진정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제임스 카메론은 고등학교를 마친 후 2년제 칼리지에 다니다가 영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중퇴했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트럭 운전사로 일해야 했다. 광활한 북아메리카의 트럭 운전사는 며칠, 때로는 일주일씩 트럭을 계속 몰고 목적지로 가야 하는 고된 일이다.

카메론은 고등학교 때 SF 소설 마니아였다고 한다. 영화 전공자도 아니고, 주변에 영화계 인맥도 없었다. 놀랍게도 그는 영화 만들기를 책으로 배웠다. 도서관에 있는 영화 관련 책을 모두 독파해 버렸다. 「터미네이터」 대본을 쓰고, 나중에 단편영화를 찍는 등 우여곡절을 거쳐 이 시나리오를 1달러에 파는 대신 감독을 맡아 영화화에 성공했다.

우스개지만, 우리 같았으면 고등 때 SF 소설에 빠져 있으면 독해 문제집을 보라고 했을 것 같다. 고등 때 SF 소설을 읽은 행복한 독서의 기억으로, 그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을 때, 전공한 지식도 인맥도 없을 때, 도서관의 영화 책들을 떠올렸고 독파했다. 이것이 독서의 힘이고, 진정한 다독이다.

문해력은 애들에게 주는 ‘예금통장’이고, 책이 있는 공간과 행복한 기억의 연결은 애들에게 주는 ‘보험’이다.

이것은 마치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다. 그냥 씨앗으로 죽고 말 수도 있지만, 언젠가 내 아이가 뭔가에 꽂혀 제임스 카메론처럼 그 씨앗을 꺼내들고 도서관을 찾아 관련 책들을 독파할 수도 있다.

다독의 빈 구멍을 채우는 집중 독서의 힘
다청을 ‘많이 듣기, 다양한 듣기’로 해석하듯, 나는 다독도 ‘많이 읽기, 다양한 읽기’로 해석한다. 아이는 다양한 읽기를 통해 더 다양한 세상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아이를 다양한 읽기로 이끌려면 ‘책과의 행복한 기억’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다독(많이 읽기)으로 가는 힘 중에서 중요한 것이 ‘집중 독서’이다.

우리집의 이과형 아이가 중학 때 추리소설에 빠진 적이 있었다. 셜록 홈스를 읽기 시작하더니 계속 추리소설들만 찾아 읽기 시작했다. 중2 때 시험 기간이 얼마 안 남은 토요일에도 추리소설만 읽고 있었지만 그냥 내버려뒀다. 아이는 지금 집중 독서의 행복함에 빠져 있는 것이었다.

우리 부부는 추리소설들을 집에 사들였다. 아이가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요즘 뭐에 관심이 있는지 유심히 봐야 한다. 아이가 어떤 분야에 대한 책을 좀 읽는다 싶으면, 얼른 그 분야의 책들을 찾아서 공급해줘야 한다. 그게 추리소설이든 SF소설이든 역사 소설이든 심리책이든 상관없다. 그 집중 독서의 힘이 장차 진정한 다독, 즉 ‘많이 읽기’와 ‘다양한 읽기’로 가는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독서에서 하나를 집중적으로 파는 힘은, 결국 연결된 다른 분야로 옮겨질 수 있다.

우리집 이과형 아이는 초중고 동안 국어학원을 단 1개월 다녔다. 외에 독서, 논술, 글쓰기 학원도 다닌 바 없다. 우리집 문과형 아이가 중3 겨울방학 때 학원가에서 1개월짜리 고등 대비 국어 방학 특강 플래카드를 봤다면서 보내달라고 해서 보냈다. 둘이 같이 갔는데, 수업을 듣고 오더니 국어시험 문제를 푸는 데도 요령이 있다면서, 그것을 배웠다면서 식사 시간에 얘기하느라 난리가 났었다. 여튼 얘는 국어 시험을 초중고 항상 잘 봤는데, 바로 책 읽기 덕분이라 생각한다.

나도 집중 독서에 빠진 행복한 경험이 있다. 초중등 때 책 읽기를 좋아했다고 했지만, 학창 시절 나의 독서에는 아주 큰 구멍이 있었다. 초중등생이 책을 읽어봤자 얼마나 읽었겠는가. 빈 구멍투성이었지만, 결정적인 구멍이 있었으니 바로 한국 소설과 시였다. 나는 이것을 20대 초반에 깨달았다. 지인, 선배 들이 술자리에서 문학 얘기를 하는데, 교과서에서 본 작가의 이름만 알거나 또는 이름조차 모를 정도였다.

그래서 20대 중반 회사를 옮기며 쉬던 세 달 동안, 하루 종일 한국 소설책을 읽었다. 그때 북촌의 정독도서관은 매우 한적했는데 100원을 내고 책 두 권을 빌릴 수 있었다. 매일 책을 두 권씩 빌려와 읽고, 다음날 반납하고 다시 빌려왔다. 저녁 약속을 빼고는 매일 한국 소설책만 읽었는데 행복한 시절로 기억된다. 그 후 서점에서 한국 소설책과 시집도 사서 읽게 됐다.

집중 독서는 굉장히 행복하다. 아이가 유아 때든, 초등 때든, 중학생 때든, 어쩌다 두세 권 읽은 것이든 간에, 어떤 책을 재미있어 하는지를 유심히 보고 그것을 계속 공급해야 한다. 그것이 초등, 중등 추천도서 목록보다 훨씬 중요하다. 아이가 재미를 느끼는 순간을 포착해 읽는 기간을 늘려줘야 한다.

부모의 독서 피드백 쉽게 하는 법
애들이 5세일 때 그림책 소개글 알바를 하며, 독후 문제를 400~500개는 만든 것 같다. 그때 질려서 그런가, 나는 그림책을 읽어준 다음에 독후 질문을 별로 해본 적이 없다.

이것은 개인 성향이긴 한데, 학창 시절 한때 책에 빠져 살았지만, 그때 어머니가 자꾸 책과 관련된 의도적 질문을 했다면 별로 안 좋았을 것 같고, 어쩌면 책 읽기가 싫어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차라리 한창 읽을 때는 내버려두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

우리집은 책을 읽어줄 때가 아니라, 나중에 식탁이나 거실에서 책과 관련된 대화를 했다. 부모가 애들 책을 가끔 봤기에 대화가 잘 통했다.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미있게’ 읽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아이들의 독서 취향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 자기의 취향에 맞아야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가르치고 이끄는 것’이 아니라 같이 호흡하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애들이 초등 때 『제로니모의 환상모험』 시리즈를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나는 선뜻 이 책들에 손이 가지 않았다. 한 번은 물어보았다. “그렇게 재미있니? 나는 시끄러워 보여 별로던데.”

문과형 아이가 “엄마가 몰라서 그런다”며 어떤 책인지, 얼마나 재미있는지 흥분해서 설명하느라 난리가 났다. 정말 그렇게 재미있을까? 결국 나도 호기심으로 한 권 읽어보았다.

독서도 감정의 전이가 중요하다.
인생 살면서 엄청 재미있었던 책이 누구나 한두 권은 있을 것이다.
그 얘기, 그 감정을 전하면 된다. 부모가 이렇게 하면, 이제 아이가 책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부모에게 얘기하기 시작한다.

중학 때 이과형 아이는 『이기적 유전자』를 읽더니 너무 좋다며 책 얘기를 며칠이나 했고 꼭 읽어 보라고 했다. 나는 아직 이 책을 안 읽었다.
부모가 꼭 그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책에서 뭐라던데?” 질문을 하며 감정에 호응해주면 된다. “아, 그게 무슨 뜻인데?”, “뭐가 특별한데?”, “와, 그래? 신기하다” 이러면 된다.

얘는 고등 1학년 때 읽은 『사피엔스』가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최애 책이다. 당시 읽고 나더니 흥분했다. 며칠을 얘기하며 부모에게 읽으라고 했다.

“무슨 책인데?”, “뭐가 재미있었어?” 감정에 호응해줬지만, 읽으라는 요구에는 “엄마는 요즘 글자를 보면 어지러워” 앙탈을 부리며 웃었다. 

아이가 재미있다고 읽으라 할 때 만만한 그림책이나 소설책은 더러 읽고, 두껍거나 해서 부담스러우면 그냥 웃으며 앙탈을 부려도 괜찮다.

내 느낌에는 애들은 이것을 더 좋아했다. 자기들은 읽으라고 하고, 부모는 내빼는 것 말이다.

문과형 아이는 책을 많이는 안 읽었는데, 고등 때 소설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더니, 싱크대에서 설거지하는 엄마 옆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책 얘기를 한참 했다. 이 책은 무조건 읽어야 한다며, 온 가족을 들들 볶았다.

시작은 부모이다. 많이도 필요 없다. 인생을 살며 재미있었던 책 ‘한 권’을 떠올려 그때 흥분됐던 감정을 전해보자. 아이가 다독으로 가는 길의 디딤돌을 놓는 것이다.

위 내용은 평범한 직장인 맞벌이 엄마가 성장이 느린 아이들을 교육해 서울대에 입학시킨 김선 님의 이야기이다. 저자 김선은 자녀들이 서울대에 가게 된 힘은 '문해력교육'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김선님이 얘기하는 소리내어 읽기 방법, 모르는 문제 두번 낭독법, 강의식 공부법 등등 책에 나와있는 내용들은 자타가 인정하는 교육법이다.  그것을 실천하게 해주는 내용이 책에 담겨있다. 
책명: 국어머리 공부법(김선, 스마트북스 출판)  


*에듀진 기사 URL :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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