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기반 자기주도학습법

   
 

󰏚 공부를 잘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학습이 태동한 이래 수많은 교육학자들이 연구하는 문제이다. 최고의 방법이 나왔을까? 그러면 교육학이라는 학문과 학교 그리고 학원 모두가 사라졌을 것이다. 과연 최고의 학습법이 무엇일까? 어쩌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 늘 듣던 방법이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방법은 어릴 적 귀에 딱지가 붙을 정도로 많이 들어왔던 ‘예습과 복습‘ 이라고 생각한다. 자기주도학습 전문가라는 사람이 초등학생도 아는 것을 비법이라고 말하는 것이 우습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11월호에 진술한 뇌의 기억력에 관한 특성을 생각하면 느낌이 올 것이다.

󰏚 Preview VS Review

우선 예습에 관해 살펴보자. 예습은 pre- 라는 접두어의 뜻을 갖는 학습법이다. 예습은 내일 배울 수업에 대해 미리 살펴봄으로써 막상 수업에서 보다 높은 흥미와 집중력을 갖게 된다. 또한 예습할 때 궁금했던 사항을 실제 수업에서 집중하게 되므로 쉽게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잡을 수 있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요즘 학원에서 많이 하고 있는 선행학습이 예습의 좋은 기능을 묻어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안타깝기도 하다. 선행학습은 예습의 장점을 갖고 있는 동시에 과도하게 한다면 부작용이 발생하는 단점도 있다. 적게는 몇 개월에서 많게는 1년까지 선행학습을 하는데, 학생은 마치 본인이 알고 있는 것처럼 느끼며 실제 수업시간에서 처음 듣는 친구들에 비해 집중력이 떨어지며 딴 짓을 하는 경우가 많다. 너무 선행학습 진도를 많이 빼서 중간/기말고사에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교를 하고 바로 학원으로 달려가서 선행학습을 하는데, 이렇게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과 돈(input)을 할애하는 것만큼 성과(output)가 나오지 않기도 하다. 무턱대고 선행학습을 지양하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예습을 적절히 하고 복습과 혼용하면 더 없이 훌륭한 학습법이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리고 예습에 과도하게 열중하지 말고 차라리 input 대비 최고의 효율성을 갖춘 ‘복습’을 권유하고 싶다.

󰏚 평범하고 지겨운 해답 : 복습

나는 늘 복습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다닌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그 이유는 지극히 평범하고 지겨운 해답이기 때문이다. 나도 다른 강연을 들을 때 진부한 표현이 나오면 집중력이 떨어지지만, 내가 실제 이런 표현을 하면 혹자는 짜증을 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소리를 들으면서 난 '복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돌아다닌다.

복습은 뭘까?

복습의 사전적 의미는 '배운 것을 다시 익혀 공부함' 이며, 영어로는 review, go over 등이 있다. 여기서 focus를 맞춰야 할 부분이 're' 즉, '다시'라는 뜻이다. 공부란 무엇이며 누가하나? 공부란 결국 정보를 머릿속에 저장하는 과정이며 결국 두뇌가 한다.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전두엽과 해마 그리고 대뇌피질이 한다. 모든 정보는 순간 전두엽에 들어온다. 거기서 이 정보가 기억할 만한 것이라면 판단되면 정교화과정을 통해 대뇌피질이라는 장기기억저장소에 들어가서 기억이 되는 것이다.

그 정교화과정은 지난 글에서 자세히 언급했다시피 암기법(덩이짓기법, 그룹화기법, 심상법, 두음법, 경험기반법 등)을 통해 정보를 생활화하는 것이다. 그 정교화를 더 다지기 위해서는 're'를 해주는 방법이 최고이다. 즉, ‘반복‘이다. 이것이 학습에 연관되면 복습이라는 용어가 탄생한다.

󰏚 두뇌는 망각의 기관

왜 반복을 해야 하나?

두뇌는 망각의 기관이다. 다른 인체의 기관은 몸으로 익힌 것들이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고 바로 옛날의 기억을 세포 하나하나가 기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스노보드를 몇 년 전에 탄 적이 있다고 치자. 오랜 만에 다시 스노보드를 타려고 하면 바로 그 감이 돌아오며 몇 분 만에 옛 실력이 조금씩 나올 것이다. 이것은 스노보드를 탈 때 사용되었던 인체의 각 담당기관들의 세포들이 기억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두뇌는 기억할 것들이 너무 많은 기관이라, 하루에도 수없이 input되는 정보들을 정리해서 장기기억저장소에 넣어 두기에 벅차다. 따라서 망각을 자주 수행한다. 두뇌는 망각하는 기능이 별도로 있다.

󰏚 나의 영단어 공부법

무작정 하루에 몇 백 개씩 외우게 하는 영어 학원을 많이 봤다. 몇 백 개씩 못 외우면 xx대 못 간다고 하며 교육소비자의 불안감을 조장하는 사례들 말이다. 그런 식으로 외우면 단 5%로 제대로 건질 수 없다. 두뇌가 암기할 수 있는 하루 용량은 개인차에 따라 대략 정해져있다. 또한 암기의 방법 역시 잘 선택해야 한다.

영단어 공부는 당연 ‘암기’이다. 처음 보는 단어를 공부하는 예습이 될 것이고 이미 봤던 단어는 복습이 될 것이다. 하지만 결국 '반복'이다. 첫날 100개를 외웠다면, 그 다음날 똑같이 그 100개를 반복해야 하며, 그 다음날도 100개를 다시 반복해야 한다. 적어도 5번 이상 반복해야 한다. 그래도 분량이 워낙 많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으로 공부하기 위해서 정교화기법(덩이짓기법, 그룹화기법, 심상법, 두음법, 경험기반법 등)을 통해 전략적으로 외워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렇게 5번 이상 review를 한 후에 실생활에서 활용해야 한다. 그 영어단어에 실제 본인의 경험을 투영하여 이미지를 덮어씌우는 방법 말이다. 그 단어를 사용하면서 칭찬 또는 주목받았던 기억이나 혹은 창피를 당했던 기억 등을 투영하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작업들이야 말로, 두뇌에서 그 단어를 망각할 대상에서 제외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영어 듣기는 어떻게 공부할까? 언어를 배울 때 사용되는 인체기관이 눈, 입, 귀라고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기관들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하나’라는 사실이다. 눈으로만 본다면 입으로 나오지 않으며 귀로도 들을 수 없다. 즉 영단어 공부는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들어봐야지 비로소 그 단어를 익힌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만약 어떤 단어를 귀로 열심히 들었다 한들 본인이 입으로 말하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다음에도 그 단어는 절대 입 밖으로 나올 수 없다. 마지막으로 눈, 입, 귀 이외에 말하지 않은 기관이 있다. 바로 뜨거운 심장(passionate heart)이다. 뭐든지 하고자 하는 뜨거운 열정이 있어야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 공부의 왕도

복습의 생활화가 아직 몸에 붙지 않았다면 복습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복습을 등한시 한 채 최고의 학습법이 무엇인지 여전히 질문해 온다면 난 이 복습이 최고의 자기주도학습법이라고 계속해서 말할 것이다. 수능 만점 받은 수험생에게 물어보면 공부가 가장 쉬웠다고 한다. 방법을 물어보면 그냥 학교수업 잘 듣고 교과서랑 참고서를 보며 복습했다고 한다. 여러분이 찾는 공부의 왕도는 없다. 고진감래(苦盡甘來)의 교훈을 믿고 묵묵히 그리고 질기게 복습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누구라도 공부 잘 하는 엄친아가 될 수 있다.

 

   
▲ 이종호(자기주도학습전문가)
現 가천대 입학사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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