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민혁 축구선수]
[사진=임민혁 축구선수]

은퇴를 알리는 한 선수의 글이 주목 받았다. “완벽하지도, 위대하지도, 아주 훌륭하지도 않았지만 정정당당했다”는 선수의 글은 축구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시즌을 앞두고 천안시티FC에서 은퇴한 임민혁의 이야기다.


K리그가 개막하는 오늘, 저는 프로·아마 총 18년 동안 이어온 축구 선수의 삶을 폐막하려고 합니다.

서른 즈음 되면 대충 압니다. 세상에는 간절히 원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요. 포기하지 않고 끝내 쟁취하는 것도 훌륭한 일이지만 훌륭함만이 삶의 정답은 아니기에 한치의 미련 없이 떠나봅니다.

저의 축구 인생은 완벽하지도, 위대하지도, 아주 훌륭하지도 않았지만 정정당당하게 성실히 땀 흘려 노력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멋진 세계에서 멋진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내 삶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온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오히려 언젠가부터 느꼈던, 저보다 열정 있고 성실한 후배들의 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자기 비하의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어 속이 후련하고, 적어도 추한 선배는 되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약속 하나는 지키고 그만두는 거 같아 다행이기도 합니다.

저는 더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면서 새 인생을 살아갈 것입니다. 3.1일 새로시작히 날짜도 딱 좋네요. 여기저기 축하 만세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모두들 감사했고, 잘 머물다 갑니다.


임민혁 선수는 누구나 선망하는 대학인 고려대 축구선수가 됐다. 대학 3학년 때는 프로축구 수원 구단에 스카우트가 됐다. 1년에 수없이 많은 축구선수들이 배출되는 프로축구 구단에 스카우트된 것만으로도 그는 성공한 선수였다. 게다가 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축구 대표팀 예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세상에는 그보다 더 뛰어난 재능과 노력으로 그보다 앞선 선수가 있었던 것뿐이다. 그리고 해마다 또 다른 재능과 노력으로 무장된 후배들이 새롭게 프로축구에 진입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최선을 다했지만 구단으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그는 은퇴하면서 마지막 글을 남긴다. 그리고 그는 그의 은퇴글로 처음으로 전국구 스타가 됐다.

은퇴의 순간을 담담한 감정으로 풀어 낸 임민혁의 해당 글은 많은 사람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어느 무명 은퇴 선수의 글’이라는 제목으로 축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됐고 누리꾼들의 응원 세례도 얻었다. 그의 필력 또한 화제에 올랐다.

임민혁은 그간 훈련으로 다져진 독서와 글쓰기로 ‘프로 작가’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저처럼 보통 사람들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 이번 은퇴 심경글 또한 보통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그 속에서 만족을 찾는 것들이 공감을 얻은 것 같다”며 “우리 모두가 세상에서 1등이 될 순 없다. 2등도, 3등도 인생을 살아야 한다. 모두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일에 의미를 찾는 과정을 이야기 해보려 한다”고 했다.

임민혁은 글쓰기 뿐 아니라 남은 학업을 마친 뒤 새로운 도전 또한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고려대학교에서 남은 학업을 1년 정도 마무리할 것 같고, 후에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에서 활동하고 싶다. 뭔가 주목받지 못한 은퇴 선수들에게 다른 길을 열어주고 싶다. 선수들이 은퇴하면 지도자 외 다른 길이 없어 막막함이 있다. 이런 것들에 대해 제도나 법을 정비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대학을 목표로 공부하지만 대학이 전부가 아니고, 사회에 진출해도 진출한 것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목표에 최선을 다해 공부하는 시기인 중고교 시절만큼 꿈을 이루기 쉬운 때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학생 때의 특권은 꿈을 이루기 가장 쉬운 시기라는 것이다.

어렵고 힘든 공부, 외워도 외워지지 않는 공부, 풀어도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 하나하나를 풀기 위해 집념을 다하는 마음, '너가 아니면 내가 풀어줄게' 라는 마음 하나하나를 만들어가는 정신이 필요하다.

임민혁은 은퇴했지만 그는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우리 모두도 마찬가지다. 오늘을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는 것처럼 매일 매일을 새롭게 시작하자.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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