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계위서 못 정하면 대학 총장이 결정' 정부 수정대안 등 놓고 국회 논의
- 합의 시간 벌고 증원 규모 줄어들 여지…총장·학장 간 갈등 우려도
- "의대 학장 의견 반영돼야" 의견도…추계위 법안 이달 중 처리 예정
내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대학 총장이 조정할 수 있게 하는 '플랜B'를 정부가 제시하면서 1년을 넘긴 의정 갈등 해소책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입법을 통해 추진 중인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서 내년도 정원을 제때 결정하기 어려울 경우 내년에 한해 대학에 어느 정도 자율성을 준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의정 합의를 위한 시간을 벌면서도 증원 규모가 줄어들 여지가 생긴다. 다만 대학별 의대 정원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만큼 교육부와 대학 간, 그리고 각 대학 총장과 의대 학장 간에 갈등이 더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내년 의대 정원 마지노선 4월…"추계위서 못 정하면 대학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9일 제1법안소위를 열고 수급추계위 관련 사항을 명시한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 2건과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 4건, 정부의 수정대안을 심사했다.
여야 의원들은 추계위 구성 등에 대한 의료계 등의 의견 수렴을 추가로 거쳐 논의를 이어간 후 이달 중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법안소위엔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참석해 지난 17일 국회에 제출한 정부 수정대안을 중심으로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복지부는 수정대안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수급추계위원회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심의를 거쳐 2026학년도 의사인력 양성규모를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 대학의 장은 (중략)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2026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중 의대 모집인원을 2025년 4월 30일까지 변경할 수 있다. 이 경우 대학의 장은 교육부 장관과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는 부칙을 추가한 바 있다.
일단 법 개정을 거쳐 추계위 등에서 대학별 정원을 정하되, 늦어도 4월 말까진 대학별 모집 정원이 확정돼야 하는 입시 일정상 내년 정원을 논의하기가 시간이 빠듯하면 대학이 조정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도 정부의 2천 명 증원 결정은 작년 2월 초였지만, 대학이 50∼100% 범위에서 증원 규모를 자율 조정해 모집인원을 확정한 건 4월 말이었다.
박 차관은 오전 회의 후 기자들에게 이 부칙과 관련해 "수급추계위원회를 돌리고 보정심 같은 위원회에서 의사 결정이 안 될 때 하는 플랜B"라며 대학이 어떤 범위에서 결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다만 복지부는 내년 의대 정원 범위를 2024학년도 수준인 3천58명과 여기서 2천 명 늘어난 5천58명 사이라고 밝힌 만큼, 2024학년도 수준에서 더 줄이거나 총 정원 2천 명보다 많이 늘리는 것, 증원 대상이 아닌 대학이 증원하는 것 등은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의협 "정부가 대학에 책임 전가"…총장·의대 학장 갈등 가능성도
이날 법안소위에선 추계위가 구성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2026학년도 정원에 한정한 부칙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에 여야 모두 어느 정도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부칙 내용이 일부 수정·보완될 가능성은 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은 "추계위 결정이 안 될 경우를 가정한 것인데 추계위 결정을 언제까지 기다리겠다고 명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가 해결하고 책임져야 할 문제를 일선에 전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학 본부와 학장의 의견이 엇갈리면 어떻게 할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의정 갈등 국면에서 의대 증원을 원하는 총장과 교육 여건 및 학생 반대 등을 이유로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 학장, 교수들 간에 갈등이 노출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대 학장은 "결국 총장이 교육부 의견을 따르게 될 것"이라며 "복지부가 교육부에 권한을 일임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의대 학장들은 이날 의대 운영 대학의 총장들에게 2026학년도 정원을 3천58명으로 해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증원 이전 상황으로 되돌리라는 요구다. 이날 법안소위에서도 의대 학장들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의대 학장과 총장의 의견이 다를 경우가 많은데 (대학의 장이 정하게 할 경우) 의대 학장 의견이 반영 안 될 우려가 있어 그 부분도 부칙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며 "의료 현장의 수용성이 떨어지는 방향으로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추계위 구성이나 권한에 관한 이견도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정부안은 추계위에 정부 추천 인사를 두지 않고 독립성을 주되 보정심 산하에 둔다는 것인데, 의협은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보정심 산하에 두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