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성취수준 학생을 품은 교실의 실험
- 전국수석교사회장, 2025 수업 나눔 박람회 참관기

[사진=전북 수업 나눔 박람회]
[사진=전북 수업 나눔 박람회]

“성취수준이 다른 학생들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수업, 과연 가능할까?”

지난 토요일, 한 중소도시에서 열린 2025 수업 나눔 박람회를 찾은 권혁선 전국수석교사회장은 그 답을 현장에서 엿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AIDT(Adaptive Instructional Design Tool, 맞춤형 수업 설계 도구)를 활용한 영어 교과 수업 사례는 “학생 개인의 성취수준에 맞춘 진정한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한 명도 소외되지 않는 수업, AIDT가 열다
권 회장이 참관한 수업은 읍면 단위 소규모 학교에서도 충분히 실현 가능한, 성취수준별 맞춤 수업의 모델이었다.

교사는 수준이 높은 학생에게는 높은 수준의 루브릭(평가 기준표)을 제시하고, 성취도가 낮은 학생에게는 그 눈높이에 맞는 목표를 부여했다. 같은 교실 안에서 서로 다른 기준으로 도전하고 성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영어로 애니메이션을 더빙하는 영어 동아리 활동은 학생의 흥미와 몰입을 끌어내며 ‘참여하고 싶다’는 열망을 자극했다.

권 회장은 “한 명도 뒤처지지 않는 수업이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가 감동이었습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그는 동시에 이 모델이 1학기 또는 1년 단위에서는 가능하지만, 고2·고3에서는 구조적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등학교 2, 3학년으로 갈수록 학생은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게 된다. 이때 성취수준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한 교실 안에서 A~E 수준 학생이 함께 만족하는 수업은 불가능하다.

“성취도가 낮은 학생의 수준이 향상되어야만 함께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수업은 결국 진단평가 수준에서 머물게 됩니다.”

수준별 수업, 그리고 평가의 모순
현장의 많은 교사들이 말하는 ‘수준별 수업’은 같은 과목 안에서 수업을 다르게 하지만 평가 기준은 동일한 구조다. 즉, 현재의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진정한 수준별 수업’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일부는 절대평가, 성취평가제를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그 역시 비슷한 성취수준을 가진 학생 그룹일 때만 합리적인 교수-학습과 평가가 가능하다. 성취격차가 큰 교실에서는 진단평가만이 유효한 수준이다.

결국, 교육과정의 핵심은 ‘선택과 분리’다. 고1 공통과정은 부득이하게 다양한 학생이 함께 수업을 듣지만, 고2·고3에서는 학생의 적성, 진로, 성취수준에 따라 과목을 분리 운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대입 유불리로 과목을 선택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학생의 수준과 진로에 맞는 교육과정 분리 운영은 불가피한 현실입니다.” 즉, 평가 방식이 상대평가든 절대평가든, 결국은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 편성이 핵심이라는 결론이다.

최성보(최소 성취 보장)와 학점제의 진정한 의미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모든 학생의 성취수준이 비슷하고, 적성과 진로 차이도 없는 이상적인 교육체제라면 최성보도, 학점제도 필요 없습니다.”

최성보(최소 성취 보장 지도)는 성취 미도달 학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가 교육안전망이다. 그러나 학력 격차가 심한 현실에서는 학점제와 성취보장제는 ‘서로 보완적 장치’로 작동해야 한다. 이를 폐지하려면, 우선 비슷한 성취수준 학생만 모이는 구조, 즉 평준화를 깨거나 모든 학교를 특수목적고화해야 가능하다.

‘좋은 수업’의 전제 조건은 공평한 출발선
권회장은 마지막으로 “좋은 수업은 교사의 역량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학생의 성취수준, 선택권, 그리고 공정한 출발선이 함께 만들어내야 합니다.”고 말했다. 

‘모두가 만족하는 수업’은 쉽지 않지만, 그 어려운 길을 향해 나아가는 교사들의 실천이 오늘의 교육을 지탱하고 있다. “다양한 성취수준의 학생이 공존하는 교실, 그 속에서 진짜 ‘배움의 평등’을 고민해야 할 때다.”

*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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