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심화수업, 한국만 안 한다?

   
▲ 대구가톨릭대 WISET 경북지역사업단에서 여고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지금은 공학 소녀시대’ 기계자동차전기 등 체험행사 <사진 제공=대구가톨릭대>

알파고 이후 SW교육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아졌지만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없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SW교육은 스크래치, 파이선, C언어, 자바 등의 프로그램을 배워야 한다는 것에 머물고 있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그런데 SW교육에는 사고력과 창의력의 증진을 통해 원천기술을 만들어 낼 무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프로그램을 다루는 것 이상의 진정한 의미의 SW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그 핵심이 ‘알고리즘’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파악하고 알고리즘을 얻어내는 기법을 터득해야만 진정한 알파고 시대를 살아가는 교육이 될 수 있다.

SW교육은 운영체제, 보안관련 프로그램, 게임프로그램, 네트워크 프로그램 등 광범위하지만 그 가운데 알고리즘은 핵심적인 실마리로 체계화된 공식을 풀어내는 것과 같은 것을 배우는 것을 말한다.

모든 프로그램에 알고리즘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구글의 딥마인드, ‘알파고’ 같은 고차원적 프로그램에는 그에 적합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적용된다. 단순한 프로그램에는 굳이 어려운 알고리즘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논리력, 창의력, 사고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모바일 앱, 게임 등은 일견 단순해 보일지 모르지만, 작품 하나하나가 그리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거의 많은 프로그램들이 수천 줄 혹은 수만 줄의 코드가 있어야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고리즘을 이해하는 것은 필수일 수밖에 없다.

미래시대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 역시 소프트웨어에 적용되는 코드가 1억 줄이나 된다고 한다. 혼자 힘으로 해내기는 거의 불가능한데다, 알고리즘을 적용하지 않고는 짤 수조차 없는 코드다.

그래서 학생일 때 열린 사고와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하고, 알고리즘을 이해하는 훈련을 꾸준히 해야만 사회에 진출했을 때 실전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리 교육부가 진행할 예정인 SW교육을 보면 초등학교에서는 2017년도부터 정보윤리와 함께 알고리즘 체험과 개념을 배우도록 돼있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아니지만 스크래치, 엔트리 같은 프로그램으로도 알고리즘에 대한 개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학교에서 스크래치를 가지고 수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학교는 기본 알고리즘 즉 알고리즘 설계, 프로그램 언어의 이해 및 문제해결 전략과 탐색 등을 배우게 된다. 고교는 알고리즘 심화 교육을 하면서 작품을 완성하는 것까지 실습하게 된다. 결코 쉬운 학습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준비된 교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 한양대학교 입학처 http://goo.gl/ogsoQX


그런데 학생들에게 알고리즘을 이해시키고 가르칠 교사가 없다는 사실은 매우 큰 문제다. 교육과정에 SW과목을 심은 것은 좋지만, 전문적으로 SW교육을 할 강사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양성과정이 준비된 것도 아니어서 모두들 걱정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2018년도까지 학교마다 알고리즘을 강의할 선생님이 없는 곳에서는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는 교사도 이해하지 못하고 가르치기 어려운 부분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이름만 SW교육이지 ‘알고리즘 이해’라는 핵심에는 근접할 수 없는 것이다.

초등학교는 17시간으로 한 학기, 중·고교는 34시간으로 1년을 의무교육으로 한 학년을 배우게 하고 2018학년도에는 전체 학교에서 수업으로 진행하게 된다. 중·고등학교에서는 의무교육 34시간에 학교 재량에 따라 심화학습을 선택할 수 있다. 관련 기관들은 교육부에 심화학습을 선택하지 말고 의무교육으로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권상조 한국창의과학교육협회 이사는 "아무래도 교육부는 사교육 시장이 생겨날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기본 도입’ 자체가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교육부는 심화에서 일반으로 바꾸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전 세계가 의무교육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나라만 사교육 걱정 때문에 그냥 둘 수는 없다.

이제 남은 것은 ‘어떻게 SW교육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사실 코딩 수업의 절반은 실습이다. 프로그램의 문법과 규칙을 배우고, 배운 것을 실습하고 적용해보면서 스스로 실력을 쌓아야 한다. 또한 아이들이 알고리즘 접근법을 더욱 능동적으로, 잘 익히도록 하려면 교사의 전달 방법도 다양해야 한다.

아이들 사고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으로 코딩 수업은 좋은 도구가 된다. 자신이 코딩한 결과가 바로 바로 화면을 통해 알려주기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몰입할 수 있다. 문제를 풀 때 학생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생각을 하게 이끄는 것도 중요하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낼 때까지 질문하고 답하다 보면 도전의식이 싹트고 학습동기도 생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다보면 자신이 풀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난이도 있는 문제도 시도하게 된다.

권상조 이사는 또한 "코딩캠프를 진행할 때도 몰입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기 때문에 다른 학습을 할 때도 도움이 된다. 보통 아이들은 혼자 뭔가를 깨닫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혼자 공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며, "코딩은 컴퓨터로 하기 때문에 더 재미있고 쉽게 흥미를 붙인다"고 말했다.

그런데 알고리즘 교육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어려운 것을 굳이 초중고에 배워야 하나”라는 것이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배워야 하는 이유는 영어나 수학과 같이 오랜 시간을 공부해야 구체화되고 내재되어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바로 코딩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수학도 마찬가지겠지만 소프트웨어 교육도 10년 이상 꾸준히 해야 직업으로 연결 할 수 있다.

그 동안 초중고에서 배우지 않고 대학가서 프로그램을 배웠기 때문에 세계적인 벤처기업이 한국에 나올 환경이 되지 못했다. 만약 지금 우리 아이들이 초등에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꾸준히 배운다면 그들이 사회 진출 했을 땐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IT 기업들이 만들어 질 것이다. 페이스북을 창업했던 마크 저크버그도 초등학교 때 C언어를 마스터했다.
 

   
http://goo.gl/bdBmXf

대학에서부터 배우는 SW교육은 다른 배울 과목이 많고, SW교육의 중요성을 알기 전에 학점 따기에 급급하다. 수준 있는 SW교육을 받더라도 “내가 한번 써먹어야 봐야지” 라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는 것이다. 이것이 일찍부터 알고리즘을 접한 학생들과 대학에서 시작한 학생들과의 근본적인 차이이다. 

우리 학생들이 적용하고 실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발한 아이디어를 발현시킬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기회를 가져보지도 못하고 취직에 얽매이게 된다.

알고리즘을 이해했으면 이해한 것을 다른 관련성 있는 것에 연관시킬 시간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프로그래밍 경시대회를 하면서 내가 배웠던 것을 적용해 본다거나 친구들과 좋은 아이디어를 내서 작품을 만들면서 적용한다면 확실히 자신의 실력으로 쌓이게 된다.

고등학교에서 정식동아리를 만들어 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자율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컴퓨터 동아리, 알고리즘 동아리, SW 동아리 등을 만들어 활동하는 것도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알고리즘을 제대로 가르치는 곳이 없다는 사실은 대부분은 모른다. 사실 알고리즘을 가르치는 학원은 전국 컴퓨터 학원 500여 개 가운데 40여 개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최고의 인터넷 강국이라고 하지만 창의적인 것을 습득하는 기초인 알고리즘을 가르치는 학원은 제대로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지만 이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그만큼 한국에서는 매우 취약하고 이름만 번지르르하게 포장된 학원만이 있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교육에서 알고리즘을 가르친다? 그만큼 쉽지 않지만 교육부는 2018학년도에 완전 도입된다고 밝힌바 있다.

알고리즘을 제대로 가르치는 학원은 서울에 10개, 대구에 3개, 수원에 3개, 안양에 3개, 일산에 1개, 분당에 1개, 대전에 2개, 부산에 3개, 인천 2개, 청주 1개, 순천 1개, 마산 1개 등이 있다. 춘천은 학원은 없지만 한 곳의 교습소가 있으며 원주, 경주, 충주 등은 아예 없다.
 

   
▲ 중앙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zMYKOj


에듀진의 8월 25일자 ‘SW 특기자, 2018 대입에서 10배 확대 선발’ 기사(링크 연결)에서 보듯이 최근 대학에서 SW분야의 학생들을 선발하려는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W를 잘하는 학생들을 선발해주는 유수한 대학이 한국에 없어서 일찍부터 외국에 나간 학생들도 부지기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초등학교 저학년때 부터 알고리즘을 배우고, 중학생 때 이를 완전히 이해해 프로그램을 개발할 정도의 수준을 가진 학생들이 있다. 비극적인 것은, 이런 창의적인 인재들마저 고등학교에 진학하자마자 입시에 얽매이게 돼 한참 창의력 증진에 쏟아야 할 시간에 SW학원을 그만두고 수능준비를 위해 국영수 학원을 다시 다니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런 한국의 대입상황에 대해서 절망하고 우수한 창의력으로 무장된 학생들이 결국 해외 대학으로 떠나버린다는 사실은 한국 교육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 해외로 떠난 한국 학생들이 초임연봉 1억 이상이 되는 구글에서 기십 명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놀랄 것이다. 

알고리즘 공부는 진로를 아직 정하지 못한 학생이거나 수학을 못하는 학생, 책상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는 학생, 집중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위해서도 매우 좋은 프로그램이다.

에듀진은 일찍부터 SW와 알고리즘와 관련된 기사를 중요 기사로 연재해왔다. 또한 <나침반 36.5도>에서는 문제해결능력을 높여주기 위한 관련 문제를 수 개월 째 연재해오고 있다. 관련 학원들의 기사를 게재하는 것도 광고의 의미가 아니라 안타까운 현실을 바꾸고 더 나은 한국을 위해 추천하는 것이다. 

한국의 유수한 대학들도 제2의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재를 선별하기 위해서, 또한 우리 인재들의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알고리즘을 제대로 이해하고 창의력을 발휘하는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  

'SW특기자 전형'이라는 이름을 붙이고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한다'는 엉뚱한 발상을 한다면 이 전형의 본래 취지는 묻혀버리고 말 것이다. 대학은 진지하게, 알고리즘을 제대로 배운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선발하는 전형을 개발해야 한다.

전세계가 알고리즘에서 선두를 차지하려고 경쟁하는 지금, 여전히 눈앞의 사교육 걱정에 매여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한국의 교육현실은 암울하기까지 하다.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663

 

   
http://goo.gl/TI0Yd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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