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을 발달시키듯이 집중력도 발달시킬 수 있다

학생들을 상담하다 보면 특별히 문제가 없어 보임에도 노력한 것에 비하여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설명도 열심히 듣고, 필기도 잘 하고,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도 많은데 왜 결과는 그 노력을 배신할까? 정말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문제는 학습에 투자한 시간의 양이 아닌 다른 데 있었다. 성적이 오르지 않는 학생들 중 대부분은 ‘보기는 보고 있는 것 같은’, ‘듣기는 듣는 것 같은’ 상태가 많이 보였다.

즉, 한번을 주의 깊게 본 학생들이 10번이나 보기는 보는데 보고 있는 것 같은 학생들보다 성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집중력의 차이가 성적의 차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 역시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꼭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이기 이전에 인생의 성공을 위해 필수 요소인 집중력을 키우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집중력은 마음의 근육이다. 근육을 발달시키듯이 집중력도 발달시킬 수 있다.”
- 다니엘 골먼


사람마다 혹은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만 2세는 평균 7분, 4세는 10분, 5~6세의 아동은 12분간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초등학생 때는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집중 시간이 크게 차이가 난다. 이처럼 집중력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능력이 아니라 발달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사진=뉴시스>

스포츠에서도 집중력이 필요한데 그 중에서도 특히 양궁은 선수들에게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스포츠이다. 그래서 집중력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훈련을 한다. 우리나라 양궁선수들이 금메달을 많이 획득하는 것은 실력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반복된 집중력 훈련의 차이이기에 외국에서 한국 출신 감독을 많이 영입하는 것이다.

그러니 ‘난 집중력이 부족해’라고 비관하기 보다는 ‘나도 집중력을 키울 수 있어!’라는 자신감을 가져 보자.

집중력은 반복되는 학습에 몰입하여 받아들인 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조절하고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이다. 즉, 집중력은 정보처리능력, 자기통제력, 주의력, 이 세 가지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 요소들을 토대로 학습 방법과 연관하여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해 보자.


<정보처리능력>
① 국어, 우리말이라고 무시하지 말자!
암기는 이해가 되었을 때 더 잘 되며,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천자문을 배워본 적은 없어도 천자문의 시작인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를 황’을 들어본 적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천지현황(天地’玄黃)‘이 뭐냐고 물으면 쉽게 답하는 사람이 없다. ‘천지현황’은 ‘天은 하늘, 地는 땅, 玄은 검다, 黃은 누렇다’의 뜻으로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는 뜻이다.

즉, 우리는 문자 그대로인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를 황’이라는 문자로 된 기호는 기억할 뿐 기호가 의미하는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편집자 : 최근 나온 주장 가운데 하나는 현이 ‘검을 현’이 아니라 ‘가물 현’이라는 것이다. 가물가물할 정도로 멀고 흐릿하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하늘은 가물가물하게 멀고 흐릿하다는 게 된다.)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황진이의 ‘동짓달 기나긴 밤’이라는 시조가 나온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은 이 시의 갈래는 평시조, 고시조, 단시조이고, 성격은 감상적, 낭만적, 연정가라고 가르쳐 준다. 그러면 학생들은 갈래는 뭐고, 성격은 어떻고 하며 달달 외우기만 급급하다. 그런데 막상 시험지를 받아보면 기억이 나지 않아 문제를 틀린다. 열심히 외웠는데 참 안타깝다.

이렇게 공부하는 것은 어떨까? 평시조가 뭔지, 고시조는 뭔지, 단시조는 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왜 감상적이고 낭만적인지, 왜 연정가라 하는지 그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이다. 그러면 굳이 암기하지 않아도 시의 갈래와 성격을 묻는 문제에 스스로 답할 수 있다.

국어의 대부분은 한자어로 되어 있다. 글을 이해하려면 어휘의 쓰임을 알아야 그 글을 이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국어니까...’라는 생각으로 그 의미에 집중하기 보다는 ‘기호’로써의 국어에만 집중한다. 그러니 공부하기 위해 교과서를 아무리 읽어도 글의 의미를 몰라 집중이 안 되고 내용을 기억하기 어렵다.

집중력을 키우기 전에 먼저 어휘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 공부를 할 때 어휘의 정확한 의미를 생각하면서 천천히 여러번 반복해서 읽어 보자. 집중도 잘 되고 암기도 훨씬 잘 될 것이다.


② 오감을 활용하자!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 영상매체를 많이 접한 요즘 학생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들여다보면 눈으로만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많다. 눈으로만 공부했을 때와 입으로 말하고 손으로 쓰면서 공부했을 때 어떤 것이 효과가 더 클까?

당연히 입으로 말하고 손으로 쓰면서 공부했을 때가 효과가 더 크다. 비슷한 수준의 영어문장 3개를 가지고 여러분도 그 효과를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한 문장을 눈으로만 스무 번 읽어보자. 다른 한 문장은 입으로 소리 내어 스무 번을 읽고, 마지막 문장은 입으로 소리 내면서 손으로 쓰면서 읽는다. 그리고 30분쯤 후에 테스트를 해 보자. 어떤 방법이 더 효과가 있는지 느끼게 될 것이다.

사람은 그물 모양의 망상활성화계인 각성 중추를 통해서 맑은 의식을 유지한다. 집중하여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는 이 맑은 의식을 필요로 한다. 신체 각 부분에서 들어온 감각 자극이 척수를 통해서 위로 울라와 망상활성화계를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시각적 충동이 시신경을 통해, 청각적 충동이 청각신경을 통해 뇌로 들어와 망상체를 활성화해 대뇌 피질을 항상 깨어 있게 해 준다.

따라서 공부를 할 때 한 가지 자극보다 오감을 통해 종합적으로 정보를 전해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러니 눈으로만 책을 읽기 보다는 중얼 중얼 읽어보기도 하고 손가락이나 펜으로 써보기도 하면서 공부를 해 보기를 바란다.


 

   
▲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사진=뉴시스>

<자기통제력>
①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소를 찾아라.

공부를 하는 데 방해되는 요소를 스스로 절제하기 어렵다면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 예로 스마트폰 때문에 공부집중력이 떨어지고 내 스스로가 절제하기 어렵다면 스마트폰을 없애는 것은 어떨까? 물론 친구와의 카톡이 더 중요할까, 자신의 공부가 더 중요할까?

망설여진다면 딱 3일만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아 보자. 스마트폰이 없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혼자 절제하기 힘들다면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보자. 그것도 어렵다면 스마트폰을 버려야 집중할 수 있다.

공부의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소 가운데 가장 큰 방해요소는 바로 자신이다. 공부 시작 전에 집중력을 방해할 만한 신체적 요소를 제거하여 몸을 풀어주는 긴장 이완 훈련을 해 보자. 물속에 들어가 몸에서 힘을 빼면 물 위로 두둥실 떠오른다.

재미있는 사실은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물 위로 두둥실 떠오르기가 힘이 든다는 것이다. 긴장 이완 훈련은 이처럼 몸이 물에 뜰 수 있는 상태로 몸에서 힘을 빼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먼저 온몸의 근육이 아플 정도로 3초 정도 힘을 꽉 준 후 서서히 힘을 빼고 이완된 상태에서 5초 정도 머무르는 것을 반복해보자. 몸의 긴장을 풀어주게 되면 자기 몸 상태에 대한 인식과 조절력을 높일 수 있다.


② 공부는 반드시 책상에 앉아서 한다?
학교 수업시간 중에는 반드시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러나 하교 후 공부할 때도 꼭 책상 앞에서 공부해야 할까? 침대에 누워서 공부하다 잠들어 버릴 거라면 사양하겠지만 침대에서 편안한 자세로 공부하는 것이 잠도 오지 않고 집중이 잘 된다면 그렇게 하자. 서서 공부하는 것이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서서 공부하자.

그래서 학교의 교실 및 복도에는 서서 공부할 수 있는 높이의 책상들이 놓여 있는 것이다. 나의 학창시절 경우를 예로 들면, 반드시 책상에 앉아서 공부해야만 하는 수학 교과목을 좋아했기 때문에 수학은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했다.

그런데 다른 과목은 책상에 앉아도 도무지 집중이 되질 않았다. 워낙 활동적이고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 해 선택한 방법이 교과서를 들고 방안을 빙빙돌면서 소리 내어 읽으며 또는 친구에게 설명을 하듯 공부하는 것이었다.

어떤 친구는 도서관에서 공부가 잘 된다는데 나는 오히려 공부가 되지 않는다면 내가 집중할 수 있는 적합한 환경이 아닌 것이다. 먼저 내가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보자. 그리고 내가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방법(필기식인지, 설명식인지 등)을 찾아 공부해 보자. 공부가 재미있어질 것이다.



<주의력>
① 아는 만큼 보인다!

내가 강의할 때 자주 활용하는 Spot자료 중에 관찰력과 관련된 그림이 있다. 처음 그림을 그냥 보여준 뒤 그림에 대한 질문을 하면 학생들은 대답을 잘 못한다. 그런데 다시 그림을 보여주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위주로 보기 때문에 답을 금방 찾는다. 아무 생각 없이 보는 것보다 무엇을 보겠다고 생각하고 보면 그 정보가 정해진 시간 안에 더 많이 확실하게 입력된다. 즉, 집중해서 보게 된다는 것이다.

예습은 수업에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 아주 중요한 과정이다. 하루 전날 예습까지는 안 하더라도 수업 시작 전 학습목표라도 살짝 보는 훈련을 해 보자. 학습목표에 ‘00에 대해 알아본다.’라고 나왔다면 수업 중 딴 짓을 하고 있더라도 선생님이 ‘00’을 설명할 때 귀가 솔깃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 뇌는 본능적으로 즐거움과 호기심에 반응하는데 예습을 통해 호기심을 자극해 놓으면 두뇌는 필요한 순간 자극에 반응하게 되기 때문이다.


② 경청
수업시간 중 선생님이 설명하시는 내용을 열심히 듣는다고 듣는데 수업 종료를 알리는 소리와 함께 들은 내용이 싹 날아가 버렸다면 경청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경청은 잘 듣는 것인데 잘 듣는 것에도 방법이 있다. ‘기울일 경(傾), 들을 청(聽)’. 즉 주의를 기울여서 열심히 들으라는 말이다.

이 때 ‘기울일 경(傾)’에는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 (=人)과 ‘머리를 기울이다’는 뜻을 가지는 頃(경)으로 이루어져 있어 몸과 머리를 모두 기울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또 ‘들을 청(聽)’은 왼쪽부에 耳(귀 이)와 王(임금 왕)이 있고 오른쪽부는 ( 덕 덕)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임금님의 귀와 덕을 가지고 들으라는 말이다. 종합하자면 경청은 ‘머리와 몸을 모두 기울여 임금님의 귀와 덕을 가지고 듣는다’는 말이다. 그만큼 주의를 기울여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청의 의미는 알겠는데 잘 되지 않는다면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말을 입으로 중얼거리며 반복해 보는 연습을 해 보자. 혹은 일상생활 속에서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친구가 말한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해서 “네가 이야기하는 것이 000이 맞니?”라고 되물어 보자. 그냥 들을 때 보다 주의력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사진=뉴시스>

<몰입과 중독의 차이>
무아지경은 정신이 한곳에 온통 쏠려 스스로를 잊고 있는 경지를 말한다. 즉, 몰입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沒入’은 ‘빠질 몰’, ‘들 입’으로 이 한자들에 몰입과 중독의 차이가 있다. 몰입이란 한자의 의미를 그대로 풀면 물에 빠져들어 간다는 것인데 여기에서 그냥 빠져버리면 죽음으로 가는 중독이요, 자신이 목표하는 바까지 파고들면 몰입이 되는 것이다.

프로게이머와 게임중독자의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 프로게이머는 자신이 목표하는 시간만큼 게임을 한 뒤 스스로 게임을 중단하지만 게임중독자의 경우는 목표 없이 그냥 빠져들어 게임을 중단하기까지 외부요인이 작용하지 않으면 중단하기가 어렵다.

S프로게임단의 프로게이머 모집담당자가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게임 중독과 게임을 잘 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보통 공개 모집을 통해 후보로 선발한 뒤 3개월 이상의 테스트를 거쳐 실력뿐 아니라 대인관계 등 다양한 요소를 평가해 최종 선발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자기관리가 철저하지 않으면 프로 선수의 자격이 없다는 말이다.

지금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은 ‘전공적합성’과 ‘학업성취능력’이다. 학교 공부든 운동이든 음악이든 무엇이든지 간에 자신의 강점을 살려 자신의 미래에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몰입하는 것이 전공적합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다.

아직 몰입할 수 있을 만큼 좋아하는 것이 없다면 학교 교과목부터 시작해 보자.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나 잘 하는 과목을 하나 골라 깊이 파고들어 보자. 뭐든지 단숨에 되는 것은 없다. 며칠이 될 수도 있고 몇 달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시작하고 끝을 보자.

한 과목에서 몰입의 경험을 통해 성적이 향상되었다면 의도하지 않아도 뇌에서 성취감을 맛보게 되고 다른 과목에까지 집중하여 공부할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된다.

 

자, 지금 멈추지 말고 바로 교과서를 펴보자!

 

이미영선생님은 강동구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 에듀봉사단의 팀장으로 있습니다. 자기주도학습이라는 껍데기 강의가 아닌 수 많은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고 교정하면서 익힌 살아있는 자기주도학습과 상담스킬입니다. 강의를 요청하는 학교가 있다면 적극 소개드리드록 하겠습니다. <에듀진>으로 연락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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