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요받는 선택 아닌 ‘자주적 선택’의 시대  
- 미-중 갈등 벗어나는 ‘전략적 모호성 유지’  
- 중국 애간장 태우는 ‘NO견제’ 외교 정책  
- ‘고래 사이 새우’는 옛말… ‘을 보살피는 갑’ 대한민국! 

▲[나침반 36.5도] '시사N이슈'에 실린 콘텐츠 이미지
▲[나침반 36.5도] '시사N이슈'에 실린 콘텐츠 이미지

태평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은 이미 하나의 ‘신냉전’이 됐다. 이 가운데 일각에서는 한국의 처지를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한국은 고래 등 사이 새우’라는 말로 폄훼하고 있다.   

그러나 21세기의 대한민국은 더 이상 20세기 초 열강들의 이권 다툼에 흔들리던 나약한 나라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우리가 연루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주체적인 선택의 권한을 쥔 국가로 외교적 위치를 재편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자.  

강요받는 선택 아닌 ‘자주적 선택’의 시대  
최근 한 유명 언론사 소속 기자가 대통령 후보에게 상식 밖의 질문을 던졌다가 사회적비판을 받았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 협의체인 ‘쿼드’나 통상협의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한국이 가입해야 한다고 보는지”를 단순하게 “예스 오어 노(Yes or No)”로 답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기자는 이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 대통령과 중국 주석 중에 누구를 먼저 만날 것이냐”라는 얼토당토않은 질문까지 내놓았다. 이 후보는 “예스 오어 노, OX 문제는 요즘 유행이더라”라고 답하면서도 “국가경영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언제나 제3의 선택지를 연구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기자가 질문한 내용은 단순히 무례하다는 수준을 넘어 자칫 국가의 안보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현재 국제외교 무대는 극렬하게 전개 중인 미중 갈등으로 인해 각국의 안보질서와 무역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한 국가의 정상이 누구의 편을 들겠다고 섣불리 의견을 표명했다가 자칫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이전투구의 한복판에 서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간 역사를 돌이켜보더라도, 선택을 강요받았던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익을 얻기는커녕 국난에 버금가는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다. 그렇다고 ‘모호함을 피하기 위해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 것은 위험할 뿐 아니라 가장 비주체적이고 굴종적인 자세이다. 오늘날 강대국으로 급부상한 한국 정부만큼은 이러한 관점을 함부로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국제무대에서 당당히 경제 강국, 문화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면 선택을 강요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이 중심이 되는 국제질서를 적극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시사상식 플러스+ 
쿼드 (Quad) 

인도·태평양 전략의 당사자인 미국·인도·일본·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비공식 안보회의체로, 2007년 이들 4개국이 처음 개최한 ‘4자 안보 대화(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의 앞글자를 딴 붙인 명칭이다. 지난 2020년 8월 31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쿼드’를 공식 국제기구로 만들 뜻을 밝힌 데 이어, 한국·베트남·뉴질랜드 3개국을 더한 ‘쿼드 플러스’로 확대할 의도를 내비치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극렬하다(極烈하다) | 매우 열렬하거나 맹렬하다
이전투구(泥田鬪狗) |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라는 뜻으로, 자기 이익을 위하여 볼썽사납게 싸우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
국난(國難) | 나라가 존립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태로운 나라 전체의 어려움
굴종적(屈從的) | 제 뜻을 굽혀 남에게 복종하는  


미-중 갈등 벗어나는 ‘전략적 모호성 유지’  
이러한 관점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최근 미국의 외교 전문매체 ‘월드 폴리틱스 리뷰(WPR)’에서도 한국의 뛰어난 외교력을 극찬하는 특집 보도를 내놓아 국제사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월 4일, 월드 폴리틱스 리뷰는 미중 갈등으로 인해 곤란을 겪고 있는 세계 각국 정부에게 한국 정부의 외교력은 모범적인 사례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매체는 한국의 오랜 우방국인 미국과 한국의 이웃이자 또 다른 강대국인 중국이 세계곳곳에서 극심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에서도 한국 정부는 오히려 전략적 모호성을 잘 유지해온 덕분에 이러한 갈등에서 한 발자국 벗어나 왔다고 극찬했다.  

더불어 매체는 한국 정부가 대외적으로는 이러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알게 모르게 미국을 조용히 후원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른바 실용주의 외교를 구사하는 한국의 외교력이 국제사회에서 큰 빛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러한 모습은 지난해 2021년 5월에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여과 없이 나타났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한국 문재인 대통령 두 정상이 서명한 공동 성명서는 중국을 콕 집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위협이 거세지고 있는 남중국해와 대만을 별도로 언급하며 한국 정부가 미국 입장에 동의한다는 모양새를 묵시적으로 취했다.  

2021년 6월의 ‘주요 7개국 정상 회의’에서도 한국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참여해 중국을 암묵적으로 겨냥한 공개 서명서에 함께 서명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미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조직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와 ‘글로벌 공급망 회의’에 한국 대통령이 직접 참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방국(友邦國) | 서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
묵시적(默示的) | 직접적으로 말이나 행동을 드러내지 않고 은연중에 뜻을 나타내 보이는  


중국 애간장 태우는 ‘NO견제’ 외교 정책  
한국 대통령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2021년 9월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한국을 방문한 시기에 맞춰 직접 한국이 독자 개발한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의 발사 시험을 참관했다. 중국 정부를 다방면에 걸쳐서 압박한 것이다.  

한국 정부가 대외적으로는 미중 갈등에 직접 끼어들지 않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실제로는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와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일사천리로 진행할 정도로 국방력을 강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드 사태 당시 한국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경제 보복을 가했던 중국 정부가 이제는 한국에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동맹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처럼 중국을 견제하는 모양새를 전혀 취하지 않고 있다. 매체는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매체는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이러한 외교 전략을 두고 아낌없는 지원을 쏟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 또한 과거와 달리 여러 분야에 걸쳐서 한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한국과 척지게 될 경우 미중 갈등 국면에서 패배하는 결정적 원인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와 백신을 포함하는 최첨단 기술 제품의 공급망 구축에 국가적인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이 상황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의 위상은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미국 정부가 한국만큼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 국가를 선택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메시지까지 발표하고 나설 정도로,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외교 행보에 크게 의지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매체는 이러한 국제 정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한국 정부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거리(射距離) | 탄알, 포탄, 미사일 따위가 발사되어 도달할 수 있는 곳까지의 거리
전방위적(全方位的) | 가능한 모든 상황에 걸친
척지다(隻지다) | 서로 원한을 품어 반목하게 되다  


‘고래 사이 새우’는 옛말… ‘을 보살피는 갑’ 대한민국! 
한국은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해 5세대와 6세대 이동통신 분야에서 독보적인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한국 제품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잣대로 한국의 외교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매체는 과거 한국을 지칭했던 ‘고래 사이에 놓인 새우‘라는 문구가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표현이 되어 버렸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중국과의 정면 대결을 피하면서도 암묵적으로는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것은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점도 국제사회가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고의 기술·경제 강국으로 급부상한 한국은 이제 더 이상 강대국들의 이전투구에 휘말리며 선택을 강요당하는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국의 안보와 경제 발전을 위해 당당히 자기 목소리를 내는 또 다른 강대국으로 발돋움한 만큼 세계 각국의 정부 또한 한국 정부의 외교력을 적극적으로 따라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자주적인 외교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의 모습은 2021년 8월 진행된 아프가니스탄의 외교공관 철수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카불에 진입하며 아프간 정부가 사실상 항복을 선언하자 한국은 현지 대사관을 잠정 폐쇄하고, 외교 공관 직원들과 교민을 긴급 철수시켰다.   

미군 철수 후 탈레반의 보복을 우려하는 아프간인 협력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미라클’ 작전으로 한국행을 선택한 아프간인 390명을 군 수송기로 구출해 내기도 했다. 그동안 크게 성장한 한국의 외교적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지금도 과거에 매여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국제 정세 속 대한민국을 ‘을(乙)’의 입장으로 보도하는 언론들이 많다. 그러나 이미 한국은 을이 아닌 ‘갑(甲)’의 위치에 서 있다. 따라서 국민 스스로 한국을 ‘새우’로 전락시킬 필요는 전혀 없다.  

이제 한국의 위상과 이미지는 자국민이 인식하고 만들어나가는 대로 형성될 것이다. ‘갑질’하지 않고 ‘을을 보살피는 갑’ 대한민국이 되도록 만들어나가는 공동의 과제만이 우리에게 남아있다.    

논술·면접 대비 사고력 UP! 
1. 한국의 외교정책에서 자주적 위치로 변화가 일어난 이유는 무엇인가?  
2. 한국의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의 세계적 위치는 어느 정도인가?  

- 이 기사는 '나침반 36.5도' [시사N이슈]에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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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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