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용성 휴리스틱’에 장기간 노출된 일본의 결말 
- 한국 언론의 사례 1 자극적인 기사로 ‘본질 호도’ 
- 한국 언론의 사례 2 끊임없이 ‘공포심 조장’에 앞장서 

▲[나침반 36.5도] 'Sci&Tech'에 실린 콘텐츠 이미지    
▲[나침반 36.5도] 'Sci&Tech'에 실린 콘텐츠 이미지    

사람들은 자신이 최근에 본 것, 인상 깊었던 것을 머릿속에 쉽게 떠올린다. 이러한 경향을 심리학 용어로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이라고 부른다. 가용성 휴리스틱으로 인해 사람들은 머릿속에 잘 떠오르는 정보나 사례에 근거해서 해당 사건이나 사례가 일어날 확률이 더 높다고 여긴다. 하지만 가용성 휴리스틱은 손해, 특히 ‘위험’을 감지하고도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할 수도 있다.   

다음 몇 가지 사례가 있다. 이를 읽고 언론의 문제점,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이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가용성 휴리스틱’에 장기간 노출된 일본의 결말 
지난 6월 23일 일본에서 코로나 백신접종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사고 조사 결과, 백신 접종을 진행한 상당수 의사의 면허가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의사회 회장 나카가와 도시오는 올림픽 긴급사태 상황 속 백신접종에 대한 긴급 브리핑을 진행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브리핑 막바지에 상황을 반전시켰다. “현재 백신 접종 사고에 대해 조사하던 중 접종 의사들 대부분이 정식적인 의사가 아니라는 정황이 발견됐다.”라는 충격적인 상황을 전한 것이다.  

도시오 회장은 “백신 접종을 진행한 상당수의 의사가 면허가 없는 상태였으며, 심지어는 의학과 관계가 없는 사람도 있다.”라고 말했다. 더욱 끔찍한 건, 이같이 백신 접종 자격이 없는 사람들은 특정 지역이 아닌 대부분의 접종 지역에서 발견됐다는 점이다.   

백신 접종을 담당하는 의사들은 정식적인 과정을 거친 의사가 아니었고, 면허증을 가지고 있던 의사들마저 가짜 면허증을 갖고 있던 정황이 발견됐다. 설상가상으로 조사를 받던 무면허 의사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억울함을 토로하며 “우리는 공식적인 정부 소속의 브로커를 통해 백신 접종 담당 의사를 권유받았을 뿐이다. 급한 백신 접종 상황이 종료되었을 때 정식적인 의사로 바꿔준다며 약속을 했다. 우리는 잘못이 없다. 그 브로커를 조사해야 한다.”라고 말이다.  

보통의 국민들이라면 이러한 사건을 접하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할 것이다. 그렇지만 일본의 경우, 극소수의 국민만 이를 알아차릴 뿐 나머지 대부분의 국민들에게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지나간다.   

일본은 겉으로는 민주주의 제도를 택하고 있지만 일부 기간을 제외하고 무려 60년 이상 수구 보수 여당인 자민당이 집권해 왔다. 때문에 자민당에 의해 언론 및 교육 등을 통제당한 국민들은 오랜 기간 정권의 입맛에 맞는 방식으로 길들여져 왔고, 눈과 귀가 가리워졌다.  

‘가용성 휴리스틱’에 오랫동안 노출된 일본 국민들은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는 즉, 우리가 정보를 받아들일 때 비판적 사고 없이 무분별하게 수용했을 경우 사회가 얼마나 단순해지고 선동되기 쉬워지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된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지금 어떨까?   

한국 언론의 사례 1 자극적인 기사로 ‘본질 호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 세계인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했을 뿐만 아니라 초유의 경제위기 상황을 만들었다. 국경이 봉쇄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돼, 전 세계적으로 수요, 공급이 동시에 타격을 받으며 실물 경제와 금융이 함께 위축됐다. 일부 나라에서는 기업활동과 영업의 제한으로 대량 실업 사태가 뒤따르는 위기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각국은 추경을 편성해 얼어붙은 경제를 회복하려 애썼다. 한국은 지난 3월, 15조원 규모의 1차 추경 편성 이후 약 3개월 만에 20~30조원 규모의 추경을 논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 소식에 많은 언론은 “나라 빚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돈 쓸 상황 아냐” 와 같은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언론에서는 정부 여당의 추경 준비 소식 때문인지 “영국은 재정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보도를 연일 내보내고 있다. 지난해 2020년 영국의 GDP는 한국 경제의 1.7배 정도 되는 2조 9,000억 달러였다. 그런데 사실 영국은 작년을 기준으로 재정적자가 무려 GDP의 13.3%에 다다랐다. 이는 한국 정부의 1년 예산만큼이나 폭등한 것이다. 또한 경제 성장률은 -9.9%로, 300년 만에 최악인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정부가 펼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은,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조금씩 잡혀가는 모습을 예의주시하면서 재정적자 축소를 검토하는 것이 당연하다. 단순히 ‘미래를 위해 국가 예산을 아껴 쓰자’의 의미가 아닌, 정말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국민이 살 수 있는 긴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재정적자 축소를 검토하는 것이다.  

영국과 비교를 하려면 우리나라도 300~400조원 정도의 적자가 났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의 재정적자는 71조원정도다. 한편, 지난해 일본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14.3%, 프랑스는 -9.2%를 기록했다. 국가재정을 파탄낸 히틀러 정권을 경험한 독일은 재정 보호에 철저한 편이지만 그런 독일마저 -4.5%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GDP 대비 -3.7%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IMF뿐만 아니라 미국 재무부, 그 외 각국의 전문가들은 한국은 오히려 돈을 더 써야 한다고 평가해 왔다. 이는 한국이 코로나19 상황에 직면했음에도 이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여력이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즉, “한국이 코로나19 사태에 훌륭히 대응했기 때문에 재정적자가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것이 팩트다.   

그러나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싶어 하는 언론들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지 않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보로 가공해 제공한다. 한국의 상황과 완전히 다른 영국의 사례를 들고 와서는 “선진국은 재정 정상화, 한국은 중단 없는 나라 빚 폭주”, “무너지는 나라 곳간, 후손들의 삶이 막막해진다.” 등과 같은 기사를쏟아내며 정부가 더 많은 빚을 내고 예산을 마구 낭비하고 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호도(糊塗) | 풀을 바른다는 뜻으로, 명확하게 결말을 내지 않고 일시적으로 감추거나 흐지부지 덮어 버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실물경제(實物經濟) |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 유통, 소비 등과 관련된 경제활동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주식을 포함한 금융경제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추경(追更) | 추가경정예산. 예산이 성립한 뒤에 생긴 사유로 말미암아 이미 성립된 예산에 변경을 가하여 설정한 예산 



한국 언론의 사례 2 끊임없이 ‘공포심 조장’에 앞장서    

지난 2월 23일 10만 7067명이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에 참여했다. 3차 접종 시작 135일 만에 전체 인구 대비 접종률 60%를 넘었다. 전날 4,233명이 노바백스 백신을 접종했다. 이들 중 59.3%인 2,511명은 1차 접종을 받았으며, 1,722명(40.7%)은 교차접종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2월 24일 0시 기준 코로나19 3차 접종자는 전날보다 10만 7,067명 늘어 누적 3085만 3,832명이다.  

이처럼 한국은 구체적이고 철저한 준비로 인해 백신 수급에는 차질이 없어왔다. 잔여 백신접종 시스템이 진행되면서 2021년 3분기 1차 접종 대상자는 당해 초 예상했던 2,300만 명보다 더욱 줄어들 것으로 추측된다. 공급 됐던 백신 8천만 회분으로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백신 수급과 접종이 시작되던 2021년 7월, 정부는 “백신 확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들은 “백신 확보에 문제가 있다”라며 연일 대서특필 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옆 나라 일본은 백신 확보에 수억 회분을 계약했다”라며 칭찬하기 바빴다.  

그런데 실제 결과는 어떠한가? ‘백신 확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한국’은 벌써 국민의 5분의 3 이상이 부스터샷 접종을 빠르게 마친 상황이다. 오히려 백신 수억 회분을 계약했다는 일본은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확진되고 있다.  

게다가 일본은 2021년 7월 23일부터 도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었다. 세계인을 만나야 하는 올림픽 자원봉사자 10만 명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들은 각국에서 온 세계인을 만나기 위해 반드시 백신을 맞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자원봉사자를 위한 백신 접종 계획은 없다.” 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한국의 언론사들은 이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해야 할 상황에서 눈을 감고, 국내 상황을 칭찬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비틀어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백신 접종 시기 역시 비록 영국이나 미국 등에 비해 늦었지만, 한국이 늦은 이유에는 보편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은 지혜로운 독자라면 유추가 가능하다.  

백신을 계약할 때, 백신 제조사와 국가 간의 계약은 비공개 사항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급하지 않은’ 국가와 ‘당장 급한’ 국가와의 계약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상식이다. “백신 확보에 문제가 많다” 라고 비판하는 언론사들에서조차 인터넷뉴스 기사 한쪽 구석에 이처럼 상식적인 내용 한두 줄은 적어 놓는다.  

이렇게 천차만별인 백신 가격을 놓고, 한국은 비싼 값을 부르던 백신 제조사와의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상 어느 언론사도 일본의 구입단가와 한국의 구입단가를 비교해 볼 생각도 않는다.    

정보 수용은 ‘신중히’ 사고는 ‘비판적’으로 
‘가용성 휴리스틱’은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모든 정보를 고려하지 않고 자기 눈에 띄는 일부만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향을 말한다. 가용성 휴리스틱은 자기 가설에 맞는 정보만 수집하고 가설에 반대되는 증거들은 무시하거나 왜곡시키기도 한다.  

사람들은 많이 보고 많이 접한 것에 끌리게 돼 있다. 예를 들면, 미디어가 자주 다룬 사건일수록 실제보다 해당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며, 질병의 증상을 겪을 때도 비교적 잘 알려진 질병인 독감이나 HIV 증상을 먼저 의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치인의 경우 미디어 노출이 잦아서 익숙하고 긍정적인 기억을 가진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현재 수십 수백 개의 언론사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사실’을 교묘히 비틀고, 앞뒤 가리지 않고 비판하는 식으로 여론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   

대중들이 ‘나는 절대 속지 않아’라고 생각한다 해도, 모든 언론이 한 방향만 가리키며 똑같은 말만 하고 있기 때문에 믿지 않기는 어렵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도 그들에게 휩쓸려 그들과 같은 방향을 보며 떠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용성 휴리스틱은 판단하기 위한 시간이나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언제든 편향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때문에 중요한 사안을 받아들일 땐 다양한 정보를 충분히 살펴본 후 심사숙고해 다각도로 분석하고 추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실제 내용을 감추고, 일부를 부풀려 과장하고, 본질을 호도하는 뉴스가 매일 우리의 눈과 귀로 흘러들어 온다. 심지어 요즘은 유튜브, 페이스북 등이 ‘알고리즘’이라는 형
태로 정보를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하다 보니, 사람들이 비슷한 내용의 정보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때 가용성 휴리스틱이 심하다면 그 역시 잘못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최근 한국 언론의 공정성 시비 논란이 많은 포털사이트 네이버나 다음도 바로 그런 이러한 이유로 비판받고 있는 것이다. 눈앞에 드리워진 거짓된 장막을 걷어내고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보기 위해선, 반드시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신중하게’ 정보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 이 기사는 '나침반 36.5도' [시사N이슈]에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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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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