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등생보다 스마텔리트(Smart+Elite)

학교교육에도 '학습' 만큼이나 '인간관계'를!

우리나라도 도시와 시골의 인구격차가 심화되는 현상은 쉽사리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 도시는 사람에 치일만큼 인구가 넘쳐나고, 시골은 사람 보기가 귀한 실정이라죠. 이러한 현상은 학교 단위에서도 심화되고 있는 듯합니다.

도시에서는 일부 거대도시의 중심부를 빼곤) 학교마다 더 많은 학생들이 함께 공부해야 하는 반면에, 시골에서는 아이들이 없어 학교가 사라져야 할 상황에까지 이르렀으니까요. 그렇다보니, 특히 도시의 학교는 일반적으로 ‘큰 학교(큰 학습공동체)’의 형태를 갖추어야 하고, 이것은 또한 부모나 학생들에게 학교는 더 많은 경쟁자들과 성적을 겨뤄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게 하였습니다.

여러분도 지금 도시에서 살고 있다면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짐작됩니다만, 어쩌면 그래도 대도시의 큰 학교에 가는 것이 아이들의 학업에는 더 좋은 결과를 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도시의 학교 같은 큰 학습공동체에서는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그렇다면, 요즈음 아이들의 입장에서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실제 학교생활은 어떨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여러분은 "학교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라는 질문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답이 무엇인가요? 아마 아직도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겠습니다. 실제로 공부를 시키는 곳이니까요. 그러나 주의 깊게 잘 들여다보면, 사실 학교는 공부만큼이나 타인들과 다양한 ‘관계(Relationships)’를 맺는 곳입니다.

어찌 보면 학교는 학생과 선생님 단 둘이서 공부할 수 있는 곳이 아니므로, 오히려 ‘공부하는 곳’ 보다 ‘타인들과 관계를 맺는 곳’이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라야 할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학교는 아이들이 서로 다른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장기간 같이 지내야 할 소사회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만약 대도시 학교의 큰 학습공동체라면 우리 성인들이 영위하는 사회 같은 규모일 수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여러 가지 교과목을 학습하는 것처럼, 아이들이 학교 안팎에서 선생님과 친구와 그리고 선후배 등과 생각보다 복잡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생활하고 있다는 점을 깊이 주목해야 합니다.

또한, 아이들은 초중고 학교에서 12년 이상이나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선생님과 그리고 많은 수의 학급친구와 조우하면서, 동시에 학업까지 수행해내면서 경쟁해야 하니까요. 게다가 아직까지 감정조절능력이나 인성형성이 불완전한 인생의 단계에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학교에서 타인과 관계를 잘 맺고 유지하는 것이 학업을 수행하는 것보다 오히려 어려운 부분으로 여겨집니다.

여러분도 만약 직장생활을 경험하셨다면, 처음 직장생활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던 일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인격이 완성된 성인들에게도 직장 내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면서 탁월한 업무성과를 내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성인남녀 직장인들이 직장생활에서 가장 염증을 느끼는 이유 1위로 업무 스트레스가 아닌 인간관계를 꼽고 있다는 여러 조사결과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인간관계를 얼마나 비중 있게 다루어야 할 것인지 가늠하게 합니다.

이제 학교에서는 교과학습 만큼이나 인간관계를 다루는 시간을 할애해야 합니다. 학교는 지식을 가르치는 데는 역점을 두면서, 여러 타인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알려주고 있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학교교육에도 일련의 인간관계에 관한 것들을 정규교과목처럼 선생님과 학생들이 모두 모여 학습하는 시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여기서 인간관계란 교육학적으로는 ‘사회성-감성’ 부분에 해당되는데, 이는 희로애락과 같은 기본감정 이외에 동정심, 인내심, 협동심, 수치심 등과 같은 2차적인 감성 등을 말합니다. 학교생활에서 여럿이 같이 지낼 때 어떠한 감정 상태를 느낄 수 있는지, 또 어떠한 방법으로 타인과 이러한 감정을 표출하고 교감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학습프로그램을 병행해야 합니다.

이미 선진국의 학교교육에서는 이러한 사회성-감성에 관한 수업들이 진행되고 있고, 또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중요한 학습 환경이 바로 존중, 우정, 공감, 소속감, 안전 등 사회성-감성 측면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러한 인간관계 요건을 무시하고 학업과 성적만을 얘기할 때, 아이들은 학습동기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동기마저 잃는 불행을 겪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불안한 감정을 느끼는 곳에서는 학습은 고사하고 그 곳에 있는 것 자체가 싫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학교들도 이미 학교폭력, 집단 따돌림, 심지어는 생에 돌이킬 수 없는 마지막 선택을 하는 일들로 얼룩져 고통 받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문제가 이젠 어른들이 나서도 해결되지 않는 어려운 일들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가중되는 것은 지식학습과 인간관계학습의 불균형 때문이라고 여겨집니다. 아이들이 공부에 흥미를 잃는 원인이 인간관계에 기인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지금부터라도 선생님과 부모님이 손잡고 이러한 인간관계학습을 학교에서 직접 다루어야 한다는 인식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합니다.

아이들의 인간관계에 관한 학습은 앞으로 미래사회를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지식습득이나 학위취득은 사설교육기관을 통해 더 수월해지겠지만, 다른 사람과 더불어 활동하는 인간관계 등은 경험해 보지 않고는 잘 학습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우리나라 기업들도 스펙보다 인간관계(태도)를 채용 1순위로 지목하고 있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일할 수 있는 사회성-감성역량이 업무를 처리하는 지적역량보다 더 중요한 능력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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