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수능시험이 끝난 지도 벌써 석 달이 더 지났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感)은 있지만, 수십만의 수험생이 응시하는 시험에 대해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사항이 있어 글을 쓰게 되었다.

2025학년도 수능시험 영어 26번의 해답은 2개가 존재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感)은 이 한 문제로 대학의 당락이 갈렸을 수도 있는 수험생들 때문이다. 수능시험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시험이 대한민국에 또 있을까? 이런 중요한 시험의 오류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라 생각한다. 출제기관인 평가원에게는 이 글이 앞으로 참고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수능영어 26번은 현장에서 “공짜 문제”라고 불릴 정도로 쉬운 문제로 여겨진다. 설마 이 문제에 오류가 있을 것이라고는 필자에게도 사실 뜻밖이었다. 수십만의 수험생과 또 수능영어를 가르치는 수많은 선생님들도 아마 이 문제는 너무 쉬운 문제이다 보니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해본다. 사실 필자의 경우, 부정 관사 ‘a’ 세 개가 우연히 눈에 들어와 Dick Enberg에 대해서, 그리고 다음으로 에미상 수상식(The Emmy Awards)에 대해서 검색해본 것이니까.

구체적인 설명을 위해, 아래에 제시하는 2025학년도 수능영어 홀수형 26번을 살펴보자.

Dick Enberg는 2016년에 마지막 생방송을 했고 3년 뒤가 아니라 그 다음 해에 8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했으므로, 선택지 ④는 당연히 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런데 선택지 ⑤도 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선택지 ⑤에는 "Emmy Awards를 수상하였다"라고 나와 있는데, 사실 Emmy Awards라는 상(賞)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식 명칭인 ‘’The Emmy Awards(또는 The Emmys)“는 상(賞)을 수여하는 의식(ceremony) 또는 행사(event)이다.

그리고 이 의식에서 수여하는 상(賞)의 이름이 ‘Emmy (award)’이다. 따라서 ‘에미상을 받았다(또는 수상(受賞)했다)’라고 표현하고자 한다면, ‘won an Emmy Award’나 ’won an Emmy‘라고 해야 한다. 그리고 몇 차례 에미상을 받았다면 ’won Emmy Awards‘나 ’won Emmys‘로 표현해야 한다. 다시 말해, 선택지 ⑤는 "몇 차례 Emmy Award를 수상하였다" 또는 단순히 "Emmy Award를 수상하였다"라고 고쳐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Emmy Awards를 수상하였다"라는 표현은 Dick Enberg가 ‘Emmy Awards’라는 상을 한차례 수상한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데, 이는 명사와 관사의 관계에 대해 수험생들이 중고교 시절 배운 내용을 무시하는 것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을 잠시 살펴보자.

‘a poet and novelist’는 관사 a가 ‘poet and novelist’에 붙은 것으로 ‘한 명의 시인이자 소설가’를 의미하지만, ‘a poet and a novelist’는 and가 ‘a poet’과 ‘a novelist’를 연결하는 기능을 해서 ‘한 명의 시인과 한 명의 소설가’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전자는 한 명이고 후자는 두 명인 것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26번 지문을 살펴보면, 
“Dick Enberg ~ won Emmy Awards as a sportscaster, a writer, and a producer”에서 sportscaster와 writer 그리고 producer에 각각 a가 붙은 것은 Dick Enberg가 스포츠 캐스터, 작가, 프로듀서로서 각각 Emmy Award를 수상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Dick Enberg가 적어도 3차례 이상 Emmy Award를 수상하였다는 것을 이 문장만으로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Dick Enberg가 스포츠 캐스터이자 동시에 작가및 프로듀서로서 Emmy Award를 수상했다면, 이 문장은 “Dick Enberg ~ won an Emmy Award as a sportscaster, writer, and producer”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장이 이렇게 나와 있었다면, 수능 출제기관인 평가원은 ⑤번 선택지를 "Emmy Awards를 수상하였다"라고 제시했을까? 아마 “Emmy Award를 수상하였다”라고 하지 않았을까? 그러면 결국 Emmy Awards란 상(賞)은 존재하지 않고, 상(賞)의 명칭은 ‘Emmy (Award)’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될 것이다.

위 글의 증거로서 위키피디아(wikipedia)에 나온 다음 문장을 참고해 보기 바란다. “Enberg is the only sportscaster thus far to win Emmys in three categories (broadcasting, writing, and producing), ~ : Enberg는 지금까지 3개의 부문(방송, 저술, 그리고 프로듀싱)에서 Emmy상을 수상한 유일한 스포츠 캐스터이다, ~”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Dick_Enberg]

혹시 아직도 이 사안이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아래의 질문을 해보고 싶다.

[질문] 다음 중, 틀린 것은?
Ⓐ He won an Emmy Award.
Ⓑ He won an Emmy Awards.
Ⓒ He won Emmy Awards.

an은 단수를, Emmy Awards는 복수를 나타내므로, 틀린 것은 당연히 Ⓑ라는 것을 알 것이다. 그리고 수능출제 기관인 평가원은 Ⓐ나 Ⓒ가 아닌 Ⓑ를 26번의 선택지 ⑤로 표현해놓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래도 이 사항이 정말 사소해 보이는가?

이 사항은 중고교 교육과정에도 속한 부분인데 평가원이 실수를 한 것이다. 전 국민의 관심을 받는 수능시험은 2025학년도 시험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시행될 것이기에, 늦기는 했지만 그냥 덮어두고 넘어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