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방’의 나라 한국, 인사말도 “밥 먹었어?” 
- “가족끼리 밥 먹는 동안 기다려라” 충격과 공포의 #스웨덴게이트 
- “야박하다!” 국제적 뭇매 맞은 스웨덴 
- 스웨덴 “그게 왜 문제인가?” 
- 각박한 문화, 경제 상황에서 비롯됐단 분석도…  
- ‘살기 좋은 나라?’ 선진국에도 허점이 있다 

▲[나침반 36.5도] '시사 돋보기'에 실린 콘텐츠 이미지
▲[나침반 36.5도] '시사 돋보기'에 실린 콘텐츠 이미지

스웨덴에서 어린이를 포함해 집에 예고 없이 찾아온 손님에게 굳이 식사를 대접하지 않는 문화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지구촌 온라인 공간이 들썩였다. #스웨덴게이트라는 해시태그를 타고 일파만파 퍼진 논란을 접한 타 문화권 사람들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정작 스웨덴인들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무엇이 문제냐는 반응이다. ‘살기 좋은 나라’로 알려져 선망의 대상이었던 선진국 스웨덴은 어쩌다 세계에서 가장 인정머리 없는 나라로 전락하게 됐을까? 

인색(吝嗇) | 어떤 일을 하는 데 대하여 지나치게 박함   

‘먹방’의 나라 한국, 인사말도 “밥 먹었어?” 
한국인들은 전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인사말을 사용한다. 만나면 ‘안녕’이라고 말할 뿐 아니라 “밥 먹었어?”라며 식사 여부를묻는 것이다. 헤어질 때도 “다음에 꼭 밥 같이 먹자”라면서 친의를 다지기도 한다. 이처럼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지만 한국인들은 밥과 관련된 인사말을 주고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가 형성돼 있다.  

한국은 이외에도 ‘한국 사람은 잘 먹어야 한다’면서 ‘밥심’이라는 단어가 별도로 있을 만큼 밥에 진심이다. 심지어 영어로 ‘Mucbang(먹방)’이라는 단어를 유행시켰고 결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도 등재됐다. 이 얼마나 ‘위대(胃大)’한 민족인가.  

“가족끼리 밥 먹는 동안 기다려라” 충격과 공포의 #스웨덴게이트 
그러던 어느 날, 미국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문화적 차이에 대한 경험’을 공유한 네티즌의 게시글이 한국인을 충격과 공포에 빠뜨리고 말았다.  

사건의 단초는 “스웨덴 친구 방에서 놀고 있었는데, 친구 어머니가 밥 먹으라고 불렀다. 친구는 나더러 기다리라고 하고는 (자기 가족과) 밥을 먹으러 갔다”고 쓴 글이었다.  

이 발언은 즉시 화제가 됐다. 전 세계 네티즌이 해시태그 ‘#스웨덴게이트’를 달고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것이다.  

또 다른 네티즌은 25년 간 잊혀지지 않는 트라우마라며 “스웨덴 친구 집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친구가 잠깐 아래층 내려갔다가 올 테니까 기다리라고 해서 좀 이따 내려 가봤다. 그랬더니 친구네 가족끼리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 밥을 먹다 나를 발견한 친구는 ‘거의 다 먹었으니까 곧 올라간다’라고 했다”라는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친의(親誼) | 매우 친밀한 정  
단초(端初) | 일이나 사건을 풀어 나갈 수 있는 첫머리   

“야박하다!” 국제적 뭇매 맞은 스웨덴 
이 같은 사례는 단지 특수한 몇 집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SNS를 타고 퍼진 해시태그 덕에 “나도 당했다”라며 너도나도 비슷한 경험을 토로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스웨덴에선 예정된 집들이가 아닌 경우 굳이 손님에게 밥을 대접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린아이라고 해도 예외는 없다. 스웨덴 출신 가수 자라 라슨은 “친구 가족들이 밥 먹는 동안 친구 방에 앉아 있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밥 한 끼 하는 일도 거의 없고, 오히려 식사 자리에 초대받은 손님들이 주인에게 식사비를 주려고 하는 경우가 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뿐만 아니라,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아시아권 국가, 손님 접대에 신경을 많이 쓰는 중동권 국가, 일부 서방 국가들의 이용자들은 스웨덴의 이런 문화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아무리 문화가 상대적이지만 집에 놀러 온 아이에게까지 식사를 대접하지 않는 것은 너무 매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이어졌다.    

스웨덴게이트 논란이 확산되면서 이를 조롱하는 ‘밈(meme, 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대거 생성되기도 했다. 

뭇매 |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덤비어 때리는 매  

스웨덴 “그게 왜 문제인가?” 
그러나 스웨덴 사람들은 이런 자국 문화를 아무렇지 않게 인정하고 있다. 한 스웨덴인은 영국 인디펜던트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소셜미디어에서 벌어지는 논란에 대해 “사실이다. 오히려 그게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라고 쓰기도 했다.  

주한 스웨덴 대사관도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스웨덴 사람이 손님 접대에 각박하다는 소문이 있다”라며 “스웨덴 사람들과 피카(fika, 커피 브레이크 타임)를 나눈 경험이 없어 나온 말인 것 같다”라고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이 글은 커피는 풍족하게 나눠도 아이에게 밥 주는 문화는 없다는 점을 인정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면서 오히려 국내에서 논란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   

각박한 문화, 경제 상황에서 비롯됐단 분석도…  
스웨덴 사람들은 개인주의적인 문화가 상대 가족에 대한 일종의 배려라고 주장한다. 상대방 아이의 가족이 이미 식사 준비를 했을 수도 있는데, 아이가 친구 집에서 식사하면 준비한 음식을 버리게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런 논리에는 스웨덴에서 일반적으로 식사는 가족끼리 한다는 통념이 기본으로 깔려있다. 또 일반적으로 사회적인 모임에서 예고된 일정을 선호하는 스웨덴인 성향이 식사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있다. 스웨덴 가정은 한 주 동안의 식사 계획을 짜 놓아 낭비되지 않을 만큼만 재료를 구비해 두는데, 통상 정해진 사람 수만큼 끼니를 준비하는 관례가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이 이처럼 다소 각박한 문화를 갖게 된 이유를 경제적으로 설명한 흥미로운 분석도 등장했다. 스웨덴은 국가별 총자산 지니계수(Gini coefficient)가 0.867로 네덜란드(0.902), 러시아(0.879)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한다.  

지니계수는 빈부격차와 계층 간 소득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소득이 어느 정도 균등하게 분배되는지를 알려준다. 수치는 0부터 1까지 숫자로 표현되는데, 값이 ‘0’에 가까울 수록 소득분배가 평등하고 ‘1’에 근접할수록 분배가 불평등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즉, 예상외로 스웨덴은 국민 간 자산 빈부격차가 꽤 큰 상황이라는 말이다.  

스웨덴은 최저임금이 높지만 그만큼 세금도 상당히 많이 거둬서 개인이 저축하는 돈이 많지 않다. 결국 부의 대부분은 상속으로 이어지는데, 상속세 또한 없으니 최상류층과 서민층이 극단적으로 나뉘는 것이다. 따라서 정말로 자신의 가족들 외에 남에게 식사를 대접할 경제적 여력이 없어서 생긴 문화일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살기 좋은 나라?’ 선진국에도 허점이 있다 
음식을 공유하는 것은 일종의 ‘친밀감’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은 문화권에서는 상대적으로 그 인식이 덜한 국가를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몇몇 국가를 제외하면, 아무리 경제적인 상황이 어렵더라도 빈곤한 국가에서 손님에게 식사를 대접하지 않거나, 자기 먹을 음식만 챙기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번 스웨덴게이트 논란으로 ‘부자나라’, ‘이상적인 복지국가’, ‘국민들이 모두 행복한 살기 좋은 나라’라고 여겨졌던 스웨덴의 이미지는 단박에 추락했다. 선망의 대상이었던 선진국에도 허점이 있었던 것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각국 식문화에 감춰진 의미를 섣불리 판단하거나 문화차이 때문에 전체 스웨덴 국민에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는 행태는 자중해야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과한 개인주의 문화로 실추된 스웨덴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이 기사는 '나침반 36.5도' [시사 돋보기 | 문화]에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경쟁력 있는 나만의 학생부 만드는 비법이 매달 손안에 들어온다면? 학종 인재로 가는 길잡이 나침반 36.5도와 함께라면 가능합니다. 매달 선명해지는 대입로드를 직접 확인하세요!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403
기사 이동 시 본 기사 URL을 반드시 기재해 주시기 바랍니다.     

* 나침반 8월호 '2023 교과전형 안정권 없다!' 기사를 꼭 확인하세요! [배너 클릭]   

 

저작권자 © 에듀진 인터넷 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