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등급 내신제가 변별력을 상실한다!
-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학생부 종합 전형 확대 필요성 대두

[사진=연합뉴스./ 서울 당곡고 고교학점제 ‘스마트콘텐츠 실무 수업’]
[사진=연합뉴스./ 서울 당곡고 고교학점제 ‘스마트콘텐츠 실무 수업’]

전교조, 교원노조 등 교원단체의 고교학점제 반대에 이어 부산지역 고등학생도 학점제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한 가지 놀란 점은 내신 5등급제에 대한 반대였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상대 평가를 거부하고 절대 평가를 요구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성명서 내용을 보니 정반대였다.

내신 5등급 평가로 내신 변별력이 떨어지고 학습 의욕을 상실하였다는 것이다. 1등급 학생도 불만이다. 100명 기준에 10명이 1등급이다. 1등급 숫자가 너무 늘었다. 그래도 1등급은 불만이 적다. 11등부터 34등까지는 같은 2등급이다. 여기에 11등 학생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내가 34등과 같은 2등급이라고?” 이런 문제의식으로 내신 5등급의 고교학점제를 반대한다. 노력에 따른 결과로 받아들이기는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학생들이 이렇게 이기적인가? 언론에서는 거의 매일 치열한 서열 경쟁에 따른 부작용에 시달리는 기사로 넘치는데? 당혹스럽기도 하다.

아마 교과 내신 중심의 대입 성적 산출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금 2, 3학년의 학생 내신을 기준으로 1학년 학생이 자신의 성적을 보았을 때 위기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3학년은 내신을 일반 선택 과목 위주인 2학년 2학기까지만 산출한다. 3학년 1학기는 대부분 교과가 진로 선택이기 때문에, 석차 등급은 없고 성취율 A, B, C 3등급만 표기한다. 따라서 3학년 내신은 2학년 2학기에 마무리된다.

이미 학원가를 중심으로 2, 3학년과 1학년 내신을 비교해 주는 환산표가 인터넷 곳곳에 돌아다닌다. 1학년 학생이 2, 3학년의 성적을 자신과 비교하면 초라하게 보일 것이다. 현재 1학년의 1학기 내신 반영 과목은 6~7개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2등급이 2~3개 나오면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내신 5등급제보다 9등급제가 공정하고 정의롭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들 학생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나?

교과 내신이라는 숫자 중심 학업 성취도뿐만 아니라 비교과 활동,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학생부 종합 전형의 확대를 주장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정 중심 평가의 핵심 요소인 수행평가의 과중함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1학기에 수행평가 횟수가 30회가 넘어 부담이 너무 크다고 한다. 역설적으로 고등학교의 수행평가 비중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학기제 교육과정 운영은 필요하다. 학기제를 하면 3, 4학점을 기준으로 한 학기 석차 등급 반영 과목은 7~8개를 넘길 수 없다.

현재 2, 3학년은 대부분 학년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년제는 2, 3단위의 9~10개 내신을 준비해야 한다. 정기고사, 수행평가의 부담이 지나친 평가 중심 교육과정을 극복하기 위한 학기제 교육과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학기제를 하면 교사의 수업 준비와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행정적 업무가 증가하지만, 학생의 진로 선택권을 보장하고 학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다만, 부득이함을 빌미로 교사의 과중한 부담을 당연시하는 것은 비교육적 만행이다. 왜곡된 대학입시 제도와 더불어 교육의 모순을 심화시키는 것이 잘못된 교원 정원 정책이다. 학점제의 취지에 맞는 시스템의 보완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고등학교 학생들이 학점제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한 원인과 해결 방안을 고민해 보았다.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다. 다양한 사고와 창의력을 함양하는 교육은 오지선다형의 문항 중심 평가로는 불가능하다. 학생들은 하나의 정답을 기준으로 산출되는 총점의 결과물을 정당하고 공정하다고 판단한다.

중등교육의 대부분 평가가 이런 구조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고와 판단에 따른 창의적인 정답이 가능한 논·서술형 평가로 전환이 필수적이다. 다양성과 창의 비판적인 정답은 오지선다와 같은 1점, 2점의 객관적 평가가 쉽지 않다.

절대 평가의 도입 배경이다. 수업과 평가의 혁신이 없이는 절대 평가와 고교학점제의 성공이 어렵다는 사실을 고등학교 학생의 성명을 통해 재확인하게 되었다. 학생들의 반대가 학점제 폐지의 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 교육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극복 방안을 고민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0501
기사 이동 시 본 기사 URL 및 아래 배너를 반드시 기재해 주시기 바랍니다.
* 대입,입시,공부법,동아리활동,학생부관리 알려주는 '나침반36.5' 매거진 정기구독
저작권자 © 에듀진 인터넷 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