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천성 유전질환, 백색증  
- 멜라닌 색소 없어 태양광에 치명적  
- 허무맹랑한 미신으로 사냥 당하는 백색증인들  
- 백색증 동물들의 희박한 생존 확률  
- 백색증 동물이 친숙한 이유? 

▲[나침반 36.5도] 'Sci&Tech'에 실린 콘텐츠 이미지    
▲[나침반 36.5도] 'Sci&Tech'에 실린 콘텐츠 이미지    

우리 몸 속의 화가는 단 두가지 색소만을 혼합해 피부와 모발, 눈동자 등 온 몸의 색을 다채롭게 표현한다. 하지만 ‘백색증’을 가진 이들은 그럴 수 없다. 멜라닌 색소가 없어 오직 하얀색만을 표현할 뿐이다. 누군가는 이들의 신비로운 외모를 보며 ‘신의 축복을 받았다’라며 찬양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은 그 독특한 색깔 때문에 오랜 시간 차별받아 왔고 심지어 목숨까지 위협 당하는 상황이다.     

선천성 유전질환, 백색증  
‘백색증(白色症, Albinism)’은 말 그대로 신체가 흰색이 되는 선천성 유전질환이다. 대부분 상염색체의 열성, 우성유전, X염색체 관련 유전에 의한 것이나, 유전적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백색증은 우리 몸에서 멜라닌(melanin) 색소를 생성케 하는 효소 가운데 하나인 티로시나아제(tyrosinase)가 형성되지 않거나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 때 발현된다. 유형에 따라 온 몸의 멜라닌 색소가 없는 ‘전신성 백색증’, 피부나 모발에는 이상이 없고 눈에만 백색증이 나타나는 ‘안성 백색증’, 눈의 증상은 없고 모발과 피부에 부분적인 색소 결손을 보이는 ‘부분성 백색증’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멜라닌 색소는 인간 외 포유류나 조류, 파충류, 어류 등 대부분의 생물체에 존재하기 때문에 종종 이들에게서도 백색증이 나타나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백색증은 인종이나 국가를 불문하고 세계 어느 곳에서나 찾아볼 수 있지만 발생 빈도에서 차이가 난다. 유럽에서는 3만 6,000명당 1명이, 아프리카에서는 1만 명당 1명이 백색증을 가지고 태어난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의 발병률이 높은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줄루(Zulu) 족은 4,500명 당 1명, 나이지리아의 이보(Ibo) 족은 1,100명당 1명으로 수치가 매우 높고, 특정 지역은 이보다 훨씬 높은 백색증 발생률을 보인다.    

상염색체 | 성염색체가 아닌 염색체. 보통염색체라고도 하며, 인간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똑같이 22쌍 존재한다   

멜라닌 색소 없어 태양광에 치명적  
백색증이 있는 사람들은 본래 멜라닌 색소가 있어야 할 피부, 홍채, 체모 등에 색소가 없다. 때문에 피부톤은 유백색 혹은 피하 혈액이 비친 담홍색으로 보이고, 눈은 파랗거나 혹은 망막의 혈관이 그대로 투영된 붉은 색으로 보인다. 머리카락과 체모의 색 또한 은색 혹은 금색으로 색이 하얗게 빠져 있다.   

그런데 백색증은 단순히 색의 유무를 떠나 더 큰 신체적 결함을 안고 있다. 바로 인간과 지구의 필수 에너지원인 태양광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멜라닌 색소는 자외선을 흡수해 자외선이 피부 깊숙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어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멜라닌 색소가 없는 이들은 햇볕이 강한 날에는 짧은 시간에도 화상을 입을 수 있으며, 악성 피부암인 흑색종 발병 위험이 매우 높다. 또한 눈에 색소가 없기 때문에 빛에 민감하고 시력도 좋지 않은 편이다.   

허무맹랑한 미신으로 사냥 당하는 백색증인들  
백색증을 앓는 사람들은 특이한 외모로 인해 남들 눈에 쉽게 띈다. 그런데 문제는 눈에 띄는 외모를 가졌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극심한 차별을 받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 죽음에 이르는 위협을 당하는 일도 벌어진다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아프리카 동부와 남부 일대에서 ‘백색증 인간 사냥’이 성행하고 있다고 전해 전 세계인에게 충격을 주었다. 탄자니아, 말라위 등의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백색증인을 대상으로 흉악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백색증인의 팔이나 다리 등 신체 일부, 혹은 몸 전체가 ‘가치 있는 상품’처럼 거래되고 있었다.  

이토록 끔찍한 범죄가 발생하는 이유는 아프리카 내에 퍼져 있는 황당한 미신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부유층은 백색증 사람의 신체 일부를 지니고 있으면 부와, 명예, 행운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백색증 여성과 성관계를 하면 에이즈를 치료할 수 있다는 등 근거 없는 낭설을 믿는다.  

백색증인들의 신체 일부나 시신은 수천 달러에서 많게는 수만 달러에 이르는 가격에 팔리고 있기 때문에 백색증인을 노리는 인간 사냥꾼들이 늘어났다. 탄자니아의 경우, 이곳에 거주하는 백색증인들 가운데 신체 일부를 공격 받아 팔다리를 잃은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으며 살해된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가뜩이나 생명의 위협때문에 생계 유지가 쉽지 않은 백색증인들은 생존 절벽으로 더욱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백색증인은 행운도, 돈도 불러오지 않는다. 이들은 단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눈에 띄어 차별과 삶의 위협을 받으면서, 각종 신체적 문제를 안고 살아 가는 연약한 존재일 뿐이다.  

백색증 동물들의 희박한 생존 확률  
백색증 동물이 겪는 삶의 고통은 야생동물의 세계라고 다르지 않다. 드문 확률로 태어나는 백색증 동물들은 무리와 다른 생김새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어미가 잘 돌보지 않거나 죽이기도 하고, 같은 무리 안에서 따돌림을 당하기 일쑤다.   

햇빛을 차단하는 색소 및 보호색이 없어서 각종 피부질환, 시력장애에 시달리고 무엇보다도 하얀 색깔 때문에 천적의 눈에 더 쉽게 띄기 때문에 야생에서 생존할 확률은 매우 낮다.  

백색증 동물이 친숙한 이유? 
자연에서 쉽게 마주할 수 없는 백색증 동물들. 그런데 우리는 왠지 이들이 낯설지 않다. 눈처럼 하얀 털을 가진 백호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로 쓰일 정도로 친숙하다. 이처럼 백색증 동물을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로 추정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백색증 동물이 오랜 세월 많은 동물원에서 전시 소비돼 왔기 때문일 것이다.  

동물원은 그간 백색증 동물이 야생에서 생존할 확률이 낮다는 점을 이용해 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포획해 전시했다. 심지어 그 희귀성 때문에 일부 동물원에서는 근친교배로 백색증 동물의 번식을 무리하게 시도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흰털을 가진 늠름한 모습의 ‘백호’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이 흰색 호랑이는 사실 근친교배를 시켜 만들어낸 돌연변이로, 96.7%의 백호는 이렇게 다운증후군을 가진 기형으로 태어난다. 우리가 기억하는 백호의 모습으로 태어날 확률은 3.3%에 불과하며, 안타깝게도 그 외 백호들은 태어나자마자 도살된다.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호랑이’라고 불렸던 ‘케니’ 케니는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났다. 다행히 케니는 동물보호단체에 구조된 후 사육사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다가, 18살이 되던 해에 피부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보통 인도호랑이들의 평균 수명이 25년임을 고려했을 때 케니는 수명의 70%밖에 살지 못한 셈이다.  

누구도 차별할 권리는 없다  
타인의 목숨을 위협하고 마음껏 착취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인간의 욕심으로 같은 인간을 사냥하고 또 동물을 착취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삶을 살아갈 소중한 생명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그들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할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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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기사는 진로 진학 매거진 '나침반 36.5도' [Sci&Tech]에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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