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상에서 가장 큰 포유류, 고래 
- 지능 높아…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소통 
-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고래의 노랫소리 
- 환경 위기에서 지구를 구하는 고래들 

▲[나침반 36.5도] '환경의 미래'에 실린 콘텐츠 이미지       

한 줄기 빛조차 닿지 않는 깊은 바다 속, 저 멀리 어디에선가 뱃고동처럼 낮은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우리 몸과 마음은 마치 부드러운 햇살이 포근하게 몸을 감싸듯 서서히 안정된다.   

이 노래를 부르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혹등고래.’ 1970년 혹등고래의 울음소리를 녹음해 발매된 ‘혹등고래의 노래’는 미국에서 12만 5,000장이 넘게 팔릴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8년 전 유튜브에 올라온 혹등고래의 노랫소리도 현재까지 재생수 800만 회를 넘길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인간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고래의 울음소리. 그런데 어쩌면 우리는 더 이상 이 노래를 들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고래가 인간에 의해 멸종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고래는 존재자체만으로도 지구 환경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사라져 가는 고래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지구상에서 가장 큰 포유류, 고래 
고래는 포유강 고래목의 동물로, 지구상에서 가장 큰 포유류로 알려져 있다. 고래는 육상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물속에서 새끼를 낳아 젖을 먹여 키운다. 고래는 크게 수염이 있는 수염고래류와 이빨이 있는 이빨고래류로 분류되며, 전 세계 약 100여종이 분포한다. 몸길이와 무게는 작은 것은 1.5m, 50㎏ 정도이지만, 큰 것은 33m, 150t까지 나간다.  

지능 높아…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소통 
고래는 지구상에서 인간을 제외하고 보노보, 코끼리, 까마귀와 더불어 가장 똑똑한 동물로 손꼽힌다. 고래들은 지능이 높은 만큼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가장 흔한 방식은 ‘음파’를 통한 소통이다.  

그들은 10~40㎐의 저주파를 보내 수백㎞ 이상 떨어진 곳의 고래와 소통하거나 2만㎐ 이상의 초음파로 의사소통을 하기도 한다. 어떤 장소에 먹이가 많다는 소리가 전해지면 먼 곳에 흩어져 있던 고래들이 모두 모여 먹이활동을 할 수 있다.  

고래의 울음소리는 마치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다르듯, 종마다 다른 소리를 낸다. 20~20,000㎐ 정도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의 귀에는 고래의 소리가 ‘우우웅’ 하는 낮은 소리 혹은 ‘삐-’ 하는 높은 소리로 들린다. 일정한 패턴과 리듬감 있어서 고래의 울음소리는 ‘노래’에 비유되기도 한다.  

고래들은 때때로 공중으로 점프하거나 지느러미로 수면을 내려쳐서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하기도 한다. 의사소통 뿐 아니라 먹이탐색, 해저 지형 및 장애물 파악을 위해 소리를 이용하기도 한다.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고래의 노랫소리   
1960년대 고래를 연구하던 미국의 해양생물학자 로저 페인(Roger Payne, 1935~)은 혹등고래를 연구하던 중 그들의 신비로운 울음소리에 일정한 리듬감과 패턴이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혹등고래는 뱃고동처럼 낮고 웅장한 소리를 내며 호소하는 듯 하는가 하면,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이 쥐어 짜내는 듯한 소리를 내기도 하고, 휴대폰 진동처럼 ‘지이잉’ 하는 독특한 소리를 내기도 한다.  

페인은 1970년 하와이 혹등고래 울음소리를 녹음해 ‘혹등고래의 노래(Songs of the Humpback Whale)’ 음반을 발매했다. 총 5개의 트랙이 34분 가량 이어지는 이 앨범은 미국에서만 무려 12만 5,000여 장이 팔릴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고래의 울음소리는 사람들에게 왠지 모르게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 주었다. 그래서인지 8년 전 유튜브에 업로드 된 1시간짜리 고래 울음소리 영상이 조회수 800만을 넘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왜 고래 울음소리를 들으면 심리적으로 안정될까? 전문가들은 고래가 내는 낮은 주파수의 소리에 사람의 뇌가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저주파 소리를 들은 사람의 뇌파가 낮아지면서 긴장이 풀리고 몸이 안정되는 ‘잠자는 상태’와 비슷해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고래의 노랫소리는 명상이나 심리치료용 음악으로 자주 이용되고 있다.  

한편, 1977년 9월 우주로 발사된 탐사선 ‘보이저 1, 2호’에는 지구의 각종 정보와 메시지를 담은 ‘골든레코드’가 함께 실렸는데, 여기서 들을 수 있는 인간 외 다른 지적 생명체의 목소리는 바로 ‘고래의 울음소리’였다.  

환경 위기에서 지구를 구하는 고래들 
고래의 능력은 인간의 심신 안정을 도울 뿐만이 아니다. 거대한 몸집으로 온 바다를 누비는 그들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지구 환경을 회복시키는 데 크게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① 평생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무려 33t  
고래는 한 번 호흡할 때마다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몸속 지방과 단백질 사이에 차곡차곡 저장한다. 나무 한 그루가 평생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평균 21㎏인데 반해, 대형 고래 한 마리는 평생 무려 33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한 마리의 고래가 수천 그루의 나무가 모인 숲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게다가 범고래의 경우 평균 30년은 거뜬히 살고, 외뿔고래는 52년, 혹등고래 93년, 대왕고래는 평균 100년 이상은 사니, 고래만 잘 보호해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② 고래 똥은 바다 최고의 비료  
고래가 싼 똥은 바다를 비옥하게 만드는 비료가 된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해조류와 플랑크톤의 형성을 돕기 때문이다. 특히 고래 똥에 들어있는 철 성분은, 식물성 플랑크톤인 파이토플랑크톤이 번성할 수 있게 한다.   

모든 바다 먹이사슬의 기본인 파이토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하며 탄소를 흡수하고 내뿜는 산소가 지구 전체 산소의 절반이 넘는다는 연구도 있을 정도니, 고래 똥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가늠이 되는가.  

③ 표층과 심층 오가며, 바다 속 영양 순환 도와  
고래들은 바닷속 영양분 순환에도 큰 몫을 한다. 고래가 먹이활동을 하는 경우, 해가 비치는 얕은 표층 바다에서 엄청난 양의 플랑크톤과 크릴새우를 빨아들이는 종류가 있는가 하면, 해가 닿지 않는 깊은 바다로 1~2시간 잠수해 들어가 각종 생선과 대왕오징어를 잡아먹는 종류도 있다.  

물속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고래들은 주기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와 호흡한다. 또
한 고래들은 먹이활동과 번식을 위해 최대 수천㎞에 달하는 거리의 먼바다를 주기적으로 오가기도 한다.  

이처럼 해수면과 심해를 오르내리거나 먼바다를 가로지르면서, 먹이를 먹고 배변활동을 하다 보면 바닷속 영양분이 순환되면서 서로 닿지 않는 생태계가 연결된다.  

④ 죽어서 생태계를 남긴다  
큰 고래 한 마리가 죽으면 많은 이산화탄소를 품은 채로 깊은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는다. 죽은 고래의 사체에는 아주 작은 벌레부터 심해 물고기, 커다란 상어까지, 해저에서 굶주려 있던 온갖 종류의 생물이 몰려든다. 죽은 고래의 몸이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유일한 천적 ‘인간’… “고래가 사라져 간다!” 
그러나 지구 환경을 수호하는 고래들의 노랫소리가 점점 잦아들고 있다. 인간에 의해 멸종 위기에 처해졌기 때문이다. 사람을 제외하고 천적이 거의 없는 고래는 인간이 유발하는 소음공해, 해양오염, 마구잡이식 사냥 등에 고통받고 있다.  

대형 선박의 엔진 소음, 바닷속 석유나 천연가스 탐사에 쓰이는 공기 대포, 수중음파 탐지기 등은 심각한 소음공해를 유발할 뿐 아니라 소리로 의사소통하는 고래를 방해하고 있다.   

게다가 바다로 버려지는 플라스틱과 각종 화학물질, 방사능 폐수 등으로 인한 해양오염에 고래는 그대로 노출된다. 난개발로 인한 서식처 파괴는 물론, 인간이 대형 고래들의 주식인 크릴새우를 싹쓸이 해 가기도 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차별적인 ‘고래 사냥’이다. 이미 과거에 행했던 마구잡이식 포경으로 인해 많은 대형 고래들의 수는 급속도로 감소했다. 최근에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대형 포경선을 타고 폭발물과 작살로 고래를 잡기 때문에 고래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지난 2019년 7월부터 상업용 포경을 재개,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현재까지 포경산업을 지속해 오고 있다. 덴마크령 페로 제도는 1000년 동안 매년 여름 ‘그라인다드랍(Grindadrap)’이라고 불리는 고래 사냥 축제를 벌여 왔다. 7~8월 경 북쪽으로 이동하는 대서양 고래류를 뭍으로 몰아 학살하는데, 지난 10년 동안 이 축제로 목숨을 잃은 고래만 약 6,500마리에 달한다.  

혼획(bycatch)도 큰 문제다. 혼획은 특정 종류의 어패류를 잡으려는 목적으로 어업을 하던 중, 의도치 않게 다른 종의 어획물이 함께 잡히게 되는 것을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수의 고래가 혼획으로 목숨을 잃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이렇다 할 대책 마련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암암리에 행해지는 ‘혼획을 가장한 포획’을 막지 못하고 있다.  

고래와 같은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지면, 결국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것이다. 혹등고래의 경우 개체수가 남획되기 전에서 약 30%가량 회복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지금부터라도 고래 사냥을 멈추고, 혼획을 막기 위해 대책을 세우고,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오염을 줄여야 한다. 그들에게 깨끗하고 고요한 바다를 돌려주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병들어 가는 지구의 환경을 건강하고 풍요로운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317
기사 이동 시 본 기사 URL을 반드시 기재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는 진로 진학 매거진 '나침반 36.5도' [환경의 미래]에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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