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해 1 제헌헌법은 며칠 사이에 대충 만들었다? 
- 진실 1 헌법, 3·1운동 이후 30년 간 준비  
- 오해 2 급해서 다른 나라 헌법을 베꼈다? 
- 진실 2 대한민국 상황에 맞는 독자적인 내용 담았다  

▲[나침반 36.5도] '해냄 청소년 교양 시리즈'에 실린 콘텐츠 이미지       
▲[나침반 36.5도] '해냄 청소년 교양 시리즈'에 실린 콘텐츠 이미지       

우리나라는 아홉 번의 헌법 개정을 거쳐 총 10가지의 헌법이 있었다. 그 가운데 맨 처음 만들어진 헌법을 ‘제헌헌법’이라고 한다.   

제헌헌법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면 헌법에 대해 조금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거 공부해 봐야 무슨 소용이냐고 툴툴거리곤 한다. 제헌 헌법은 해방 직후에 급하게 대충 만든 거라 별로 의미가 없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이번 기사에서는 제헌헌법에 대한 오해를 풀고 진실을 전하려 한다.   

헌법 개정 
헌법 개정이란 헌법에 규정된 개정 절차에 따라 기존의 헌법과 기본적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헌법을 고치는 것을 의미한다.  

오해 1 제헌헌법은 며칠 사이에 대충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압제에서 해방됐고, 그 이후 3년간 미군정의 통치를 받았다. 그래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이 ‘1948년’ 8월 15일인 것이다. 그런데 ‘헌법’이 있어야 대통령도 뽑고 장관도 임명할 수 있다. 국가의 설계도, 뼈대의 역할을 하는 것이 헌법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정부 수립 한 달 전까지는 헌법이 만들어져야 했다. 그래서 8월 15일에서 약 한 달 전인 7월 17일이 제헌헌법이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제헌절이 된 것이다. 사실 36년간이나 일본의 지배를 받다가 갑자기 해방을 맞이한 상황에서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데 주어진 3년은 꽤 짧은 시간이었다.   

게다가 해방 직후에 좌익과 우익 등 다양한 정치 세력들로 나뉘어 극심한 대립이 이어졌다. 심지어 좌익 세력들이 지금 이라크나 시리아에서 종종 일어나는 테러처럼 관공서를 습격하거나 소요를 일으키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시한인 1948년까지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더 이상 시간을 늦출 수가 없어서 우선 헌법을 만들 대표자인 제헌의원을 뽑는 선거가 1948년 5월 10일에 이루어졌고, 결과를 집계하고 당선자들에게 통보해서 다함께 모이는 것은 5월 마지막 날인 31일에야 가능했다.   

제헌절은 7월 17일이지만 이건 헌법을 공포한 날이고 제헌의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날은 6월 23일이니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제헌헌법103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제헌헌법이 급하게 만들어졌다는 비판은 이런 이유 때문에 제기된다.  

공포(公布) |  이미 확정된 법률, 조약, 명령 따위를 일반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일. 관보(官報) 따위의 정부의 정기 간행물에 게재하여 알린다  

진실 1 헌법, 3·1운동 이후 30년 간 준비  
하지만 그 23일간이라는 시간은 제헌의원들이 헌법을 손질하는 데 들어간 시간일 뿐 실제로 우리 헌법은 그보다 훨씬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졌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1919년 3·1운동이 그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다.   

독립운동가들은 온 나라의 민중이 일어나서 나라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부르짖은 그 함성의 힘으로 우리도 민주국가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들은 바로 한 달 뒤인 4월 11일에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임시헌장 10개조를 채택했다.  

그 첫 번째 조항이 바로 현재 우리 헌법에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었다. 그리고 1945년 해방 때까지 다섯 차례나 개헌을 거치면서 꾸준히 내용과 체제를 다듬었다.  

이미 임시정부를 통해 꾸준히 다듬어지고 정통성을 면면히 이어온 헌법이 존재했기 때문에, 1948년에 만들어진 제헌헌법의 초안을 잡은 유진오는 이러한 내용을 대부분 이어받아서 헌법 제정의 기초로 삼았다.   

정리하면 대한민국이 1948년에 처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1919년부터 시작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은 것처럼, 제헌헌법도 겨우 23일 만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1919년부터 1948년까지 자그마치 30년 동안 시행되고 고치며 갈고 닦아 만들어진 작품인 것이다.  

신중한 토론과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헌법이라며 미국이 세계에 자랑하고 있는 미합중국 헌법은 필라델피아 제헌회의에서 넉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만들어졌다. 이와 비교했을 때 우리 제헌헌법이 만들어진 과정은 자부심을 가질 만하지 않은가? 며칠 사이 대충이라니, 절대로 그렇지 않다.   

오해 2 급해서 다른 나라 헌법을 베꼈다? 
제헌헌법에 대한 또 다른 오해는 급해서 다른 나라의 헌법을 베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일부는 진실이지만 상당 부분 오해다.   

앞서 1919년 4월에 상하이 임시정부가 만들어지면서 임시정부 헌법이 처음 공포되었다고 했다. 3·1운동의 열기를 이어 민주공화국을 지향하는 독립 의지를 천명하려고 서두르다 보니 세세한 조항들을 만들 여유가 없기도 했다. 무엇보다 당시 우리에게는 ‘공화국’, ‘헌법’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할 정도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진실 2 대한민국 상황에 맞는 독자적인 내용 담았다  
임시정부 헌법 역시 이보다 앞선 1912년에 만들어진 중화민국 헌법을 참고해서 만들어졌다. 당시 기준으로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헌법이기도 하고 상하이 임시정부가 중화민국 영역 안에 있었으니 아마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헌법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임시정부 헌법은 그 후 해방이 되는 1945년까지 약 30년에 걸쳐 자체적으로 5차 개정 작업을 했다. 그러면서 점차 우리의 상황에 맞는 독자적인 내용들을 추가했다.   

대표적인 것은 임시정부에서 활동하던 조용은 선생이 주창한 ‘삼균주의(三均主 義)’로, 이 내용은 헌법의 뼈대를 이루게 됐다.  

삼균주의는 새로운 나라에 필요한 세 가지 균등, 즉 교육에서의 균등, 정치에서의 균등, 경제에서의 균등을 가리킨다. 교육에서의 균등은 의무교육 제도로 이어지면서 세계적으로도 자랑할 만한 높은 수준의 교육 기반을 이루었다.   

정치에서의 균등은 모든 사람에게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는 보통선거 제도를 실시한 것이고, 경제에서의 균등은 정의로운 경제 체제를 위한 국가 개입의 근거로 작동하게 됐다.  

민주공화국이란? 
주권이 국민 전체에 있는 공화국. 군주국에 대립되는 개념이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가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위하여 국정을 운영하며, 국가의 대표가 국민의 직접 또는 간접선거에 의하여 선출되고 일정한 임기에 의해 교체되는 국가를 말한다.   

민주공화국은 권력의 기초로서 국민주권의 원리, 정치적 이데올로기로서 자유민주주의, 권력 구조면에서 권력분립주의, 의회주의와 법치주의에 의한 정치 과정의 통제 등을 특징으로 한다. 한국의 헌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제1조 제1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헌헌법 초안을 만든 유진오는 일본, 미국, 프랑스, 중화민국, 필리핀, 오스트리 아 등의 헌법들을 모두 참고했다고 한다. 더 좋은 헌법을 만들기 위해 앞선 경험을 가진 헌법들을 다양하게 참고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일이 아닐까.  

특히 당시로서는 인권 보장을 위한 최신의 사상과 제도를 담고 있던 독일 바이마르 헌법을 참고한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도 이른 시기에 노동삼권, 최저임금, 생존권 등을 헌법에 포함하게 되는 결실로 이어졌다.  

근대화·민주화 과정에서 서구의 많은 국가들이 이런 제도들을 만드는 데 길게는 100년이 넘도록 갈등과 희생을 겪어야 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빠르게 민주국가의 기틀을 닦는 데 제헌헌법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제공 | 해냄출판사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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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진로 진학 매거진 '나침반 36.5도' [해냄 청소년 교양 시리즈]에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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