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업사원 대리수술에 마취 환자 성폭행까지’ 땅에 떨어진 병원-의사 신뢰도 
- 수술실 CCTV 설치 요구, 왜 나왔나 
- 찬반격돌 1 환자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  
- 찬반격돌 2 의료계에만 예외 둬선 안 된다   
- 정치권의 입장은? 
- 수술실 CCTV 설치 병원 증가세…결과는? 

인천과 광주의 유명 병원에서 ‘대리수술’을 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 논의는 2014년부터 시작됐지만 일반시민과 의료계 사이의 첨예한 입장 차로 인해 이견을 좁히지 못해왔다. 뜨거운 감자가 된 ‘수술실 CCTV 설치’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    

토론 활용 TIP  
찬반 양측의 주장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자. 이를 주제로 수업이나 동아리 활동시간에 토론하면 사고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이런 활동이 생기부에 기록되면 학종 대비에도 유리해 일거양득이다.       

‘영업사원 대리수술에 마취 환자 성폭행까지’ 
땅에 떨어진 병원-의사 신뢰도 

2013년 12월 9일 성형수술을 받던 여고생이 수술 도중 뇌사에 빠졌다. 원인은 대리수술로 인한 의료사고. 광고와 홍보에 거액을 쏟아 붓고, 정작 수술은 인건비가 싼 의사를 고용해 대리수술을 시켜온 일부 대형 성형외과의 행태가 만천하에 드러난 사건이었다. 이에 의사단체들은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하며 불법 의료 행위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2014년에는 의사 대신 간호조무사에게 무려 849회나 수술을 집도케 한 병원이 적발됐다. 2016년에는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6개월 차로 수련의 과정조차 거치지 않은 사람에게 안면윤곽수술을 받은 환자가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2018년에는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국립중앙의료원에서도 영업사원이 수술에 참여한 사실이 발각됐다. 2019년에는 한 의원에서 70대 간호조무사가 1,009명의 성형수술을 집도한 사실이 밝혀졌다. 올해는 정부가 지정한 척추 전문 병원에서도 병원 행정직원들의 대리수술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수술실에서 발생하는 범죄는 이뿐이 아니다. 수면마취 상태 환자 3명을 준강간한 의사가 2016년 징역 3년6개월 형을 받았다. 2018년 내시경 환자에게 수면유도제를 투여해 항거불능인 환자를 강간한 의사는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를 받고도 환자를 성폭행한 한의사도 있었다. 지난 6월에는 산부인과 인턴이 환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수술실 환자 대부분이 의식이 없거나 항거불능인 상태라, 범죄 피해를 당하고도 알지 못한 채 넘어가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중범죄를 저지르고도 의사들은 의료면허를 그대로 유지한다. 최대 1년의 자격정지 기간만 버티면 다시 의사 생활을 할 수 있다.     

수술실 CCTV 설치 요구, 왜 나왔나 
환자가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처벌을 청하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리수술이나 의료사고, 성범죄 사건이 발생할 경우 병원 중 일부는 증거가 되는 진료기록이나 CCTV 등을 조작하거나 사건을 은폐, 축소한다.  

수술실은 철저히 외부와 차단된 공간이고 출입할 수 있는 인원도 한정돼 있다. 이때문에 내부고발 외에는 수술실 내의 불법 의료 행위나 성범죄를 잡아낼 방법이 없지만, 당사자들이 철저한 갑을관계로 이어져 있어 내부고발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의료사고 민사소송 중 ‘원고 완전 승소’로 결론이 나는 사건이 매년 1% 내외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런 현실을 증명해 준다. 이런 상황에서 법의 보호를 받는 CCTV 영상은 피해자가 피해를 입증할 유일한 증거가 된다.  

이에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졌고, 국민 대부분이 여기에 찬성하고 있다. 6월28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수술실 CCTV 설치’ 찬성 97.9%, 반대 2.1%로, 찬성 의견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의사단체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 움직임에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우리나라 의료사고 발생률이 세계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이라며 "환자와 보호자의 불만족이 발생할 때마다 의료인 과실을 입증하려는 의도로 촬영 자료 열람을 요청하는 등 의료분쟁을 확대시킬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국회에서는 2014년도부터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한 ‘의료법 개정안’을 수차례 발의했지만 의료계 반대에 부딪혀 법안 개정이 번번이 좌절됐다.

하지만 국민들의 수술실 CCTV설치 요구가 비등점에 다다라, 마침내 지난해 8월 31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 수술실 내부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이다. 시행일은 공포 후 2년으로, 2023년 하반기 그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찬반격돌 1 
환자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  


찬성 

의료행위에 있어 가장 존중받아야 할 사람은 환자이다. 수술은 환자의 생사를 좌우하는 행위이므로 환자가 이 과정을 신뢰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에게는 높은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이 두 요구를 모두 충족시켜주는 것이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이다.  

수술 도중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가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데, 현재는 수술기록지만 확인할 수 있다. 수술 당시 영상이 있다면 기록이나 관계자 증언이 거짓일 때 이를 증명할 수 있어 의료사고 해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의사들도 CCTV 영상이 있으면 죄가 없음을 입증할 수 있으니 반대할 이유가 없다.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면 대리수술을 잡아낼 수는 있지만, 수술실 내에서 벌어지는 성범죄나 의료사고 등을 가려내지는 못한다.  

반대 
수술실에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의료사고를 일으킨 후 은폐하는 의사는 극소수이다. 그런데도 이를 잡아내기 위해 강제적으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의료진에 대한 감시이며, 선량한 의료인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행위이다.  

수술실 CCTV가 대리수술을 억제하지는 못할 것이다. 수술실 CCTV는 고정돼 있어 수술 과정을 세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의료분쟁이 발생해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많은 병원이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해 촬영하고 있다. 대리수술 적발은 수술실 입구를 찍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수술실 영상이 유출되면 환자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의 고통을 받을 것이다. CCTV 영상의 저장과 관리, 적절한 검토 절차 등 법적, 사회적 합의를 마친 후 다양한 계층의 전문가들 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반대 측 주장은 ‘대한의학회’ 입장을 참고로 작성함  

찬반격돌 2
의료계에만 예외 둬선 안 된다   


찬성   

수술실은 신성불가침의 성역이 아니다. 수술을 받는 당사자가 원한다면 수술실 상황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  

어린이집과 수술실은 비슷한 점이 많다. 영유아와 마취 환자는 의사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없고 범죄 피해를 당해도 스스로 대응할 수 없다. 하지만 어린이집에는 이미 CCTV 설치가 의무화돼 안정적으로 운영중이며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판결도 받았다. 수술실도 다를 것이 없다.  

의료계가 기득권과 사회적 영향력을 무기로 책임은 회피한 채 권리만 주장하고 있다. 독일은 성범죄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고 직업금지명령도 내려진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중죄 수준의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를 자동으로 취소한다. 

하지만 한국의 의사는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고작 자격정지 1년에 다시 의료 활동이 가능하다. 최근 10년간 의사면허 재발급 비율은 97%에 이른다. 이런 불합리와 부정의를 시정하지 않고 자정하지 않는 의료계에 자율권을 줄 이유가 없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면 수술 시 의사들이 소극적이고 방어적으로 의료행위를 하게 돼, 의료의 질과 수술 성공률을 낮출 수 있다. 특히 응급수술이 많은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등에 지원하는 전공의들이 지금도 적은 수인데, 더욱 감소할 것이다. 결국은 환자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환자와 보호자의 불만족이 발생할 때마다 의료인 과실을 입증하려는 녹화 영상 열람을 요청하는 등 의료분쟁을 확대시킬 수 있다.  

의료과실 문제는 입증책임을 병원과 의사 쪽으로 전환하면 해결된다. 성범죄 등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은 처벌을 강화하면 된다. CCTV 설치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인권 침해이다.  

세계의사회(WMA)는 한국의 수술실 CCTV 설치 움직임에 “국가가 국민을 간섭하고통제하는 전체주의”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선진국 중에서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정치권의 입장은?  
정치권에서도 수술실 CCTV 설치 문제는 뜨거운 감자이다. 대권 주자였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18년부터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 논의를 이끌고 있다. 반면 국민의 힘은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논의가 좀 더 숙성돼야 한다”고 밝혔고,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에서 CCTV 설치를 병원 자율에 맡기는 방향을 제안했다.   

수술실 CCTV 설치 병원 증가세…결과는? 
이런 논란 가운데서도 수술실에 자발적으로 CCTV를 설치하는 병원이 점차 늘고 있다.  2018년 경기도 안성병원을 시작으로 경기도와 전라북도의 9개 공공의료원이 수술실에 CCTV를 설치했다. 이후 수천 건의 수술이 실시됐지만 촬영 영상이 유출되는 사고는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의료사고를 의심해 녹화영상을 요청하는 환자도 없었다.  

민간 병원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남양주 국민병원의 경우 ‘경기도 민간병원 수술실 CCTV 지원 공모 1호’로 선택돼, 9개월 전부터 수백 건에 이르는 전체 수술 중 80%를 환자 동의 아래 CCTV로 촬영했다. 이곳 역시 지금까지 의료사고나 민원으로 정보제공 요청을 받은 사례는 없었다.  

관절전문병원인 힘찬병원도 6월부터 인천 부평과 서울 목동 지점에 수술실 내 CCTV를 설치했다. 부평힘찬병원은 6개 수술실 전체에, 목동힘찬병원은 8개 수술실 전체에 CCTV를 설치했다. 원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과정 전체를 녹화하고, 대기실에 있는 보호자에게 수술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이원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수술 장면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보호자 1인 에 한하고 정해진 장소에서만 시청할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서다. 휴대전화로 수술 장면을 촬영해서도 안 된다. 병원은 녹화 영상을 30일 동안 보관한 다음 폐기한다. 환자나 보호자가 수술 녹화 영상을 요청하면 경찰 입회하에 전달한다.   

모자이크 처리는 따로 하지 않는다. 수술실 CCTV는 수간호사가 전담관리한다. CCTV 프로그램을 설치한 컴퓨터는 담당자의 로그인이 필요하며, USB를 인식하지 못하게 해 영상의 이동이나 도난 가능성을 없앴다. CCTV 전용 컴퓨터 주위를 또 다른 CCTV가 촬영하고 있어 컴퓨터에 누가 언제 접근해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있다.  

부평힘찬병원이 CCTV 도입을 결정한 것은 지역사회에서 터진 ‘대리수술’ 사건 때문이다. 인천21세기병원에서 행정직원의 대리수술 사실이 발각되면서 병원과 의사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수술 취소 문의가 쏟아졌고 아예 다른 지역으로 병원을 옮기는 환자들도 많았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수술실 CCTV 설치가 답이라고 생각했다.  

병원 입장에서는 장비 설치와 개인정보 관리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비용이 부담이다. 환자들 중에는 영상에 민감한 신체 부위가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CCTV 설치에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고, CCTV가 설치된 병원에서 치료받기를 원하는 환자들의 문의도 증가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CCTV 설치 후 수술과 관련한 문제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도 고무적인 일이다. 힘찬병원은 현재 다른 지점에도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검토 중이다.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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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진로 진학 매거진 '나침반 36.5도' [격돌! 이슈 토론]에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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