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말하는 '우리가 학원을 갈 수 밖에 없는 이유'

   
▲ 목포대학교 WISET사업단에서 전남 장흥고교를 방문해 '찾아가는 실험실' 생물실험수업을 진행했다. <사진 제공=목포대>

 

'공교육 바로 세우기'는 교육계의 중요한 화두이다. 사회에서 대학입시가 갖는 영향력이 지대하다 보니 사교육 시장은 날로 성장했고, 그와 반대로 학교 교육은 힘과 신뢰를 잃어갔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성적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진로를 함께 고민해주는 방향으로 교육현장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그렇지만 대학입시라는 공고한 현실의 벽 앞에서 공교육의 힘은 아직도 미약할 뿐이다. 
이에 <에듀진>은 '공교육 바로 세우기'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탐색하기 위해 '학생기자단'을 통해 공교육의 현실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 보았다.


‘사교육’이라는 단어가 처음 우리나라에 등장한 것은 1962년이다. 이 말이 생긴 후로 학원뿐만 아니라 학습지, 과외, 보습 및 예체능 관련 입시학원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 경기외고 최혜영 학생기자

정규 교육을 운영하는 학교가 있지만, 학원은 그 밖의 영역에서 여러 분야에 걸친 다양한 교육을 담당하기도 했다. 1995년 OECD조사단은 한국의 빠른 선진화와 기술 개발은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특이하게도 학원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를 과연 학원의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서 학원은 길거리에 나가면 어디서든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하다. 초등학생 저학년도 학원에 다니거나 과외를 받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학생 1명당 평균 사교육비는 35만 5천원이라고 한다. 정부가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사교육 억제 정책을 내놓았지만 학원과 과외 수는 계속해서 유지되거나 증가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정부의 강력한 제한에도 불구하고 학원들이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도의 한 고등학생은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잘 가르쳐주지 않은 부분임에도 시험에서 출제되는 경우가 많아, 학교 수업만으로는 시험에서 변별력을 주기 위한 어려운 문제를 맞히기 힘들다”고 말한다.

경기도의 또 다른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학교는 아무래도 진도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진도에 방해가 될까봐 질문을 잘 못하겠다. 한 반에 인원이 학원보다 훨씬 많은 것도 질문을 꺼리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쉬는 시간에 질문하려고 해도 선생님의 쉬는 시간을 방해하는 것 같아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학교는 학원과 달리 여러 수준의 아이들이 한 교실에 섞여있는데다, 범위가 매우 넓은 수능을 완벽 대비하기에는 교육과정 자체가 부족한 점이 많다. 무엇보다 궁금증이 생긴 부분에 쉽게 질문할 수 없다는 점이 사교육 시장이 점점 커지는 밑바탕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일산 안곡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아무래도 학원은 학교보다 인원이 적어 수준별 관리가 잘 되고,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무조건 학원만 믿고 학교 수업에 소홀히 하며, 수동적인 자세로 학원에 다닌다면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학원을 다니더라도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학원 시스템을 자신의 필요에 맞게 능동적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의견처럼, 현재로서는 학교의 교육과정과 시스템 자체가 사교육의 필요성을 없애기에는 미흡하기에 학원과 같은 사교육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정책을 통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 중앙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zMYKOj

시민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의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30.3%, 중학생의 54.9%, 고등학생의 70.9%가 “시험에 출제되는 내용뿐 아니라 수업 방식 자체가 선행학습이 없으면 따라갈 수 없는 방식”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또한 과학고, 영재고 등 특목고에서도 입시 시험에서 수학 66%, 과학 26%가 “중학교 과정을 넘어선 부분에서 문제를 냈다”고 밝혔다. 공교육 기관인 학교에서 조차 ‘선행교육’을 하는 상황이 발생하니,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사교육은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불평등’이라는 또 다른 문제도 초래할 수 있다. 사교육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다. 이런 부수적인 문제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지나친 사교육은 반드시 해결돼야 할 문제다.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학교를 포함한 공교육 기관, 학원 등 사교육 기관, 그리고 학부모와 학생들이 사교육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공교육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교육 없이 ‘공교육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껴지는, 바로 그런 교육이 질 높은 교육이기 때문이다.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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