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대 공업화 사회에서 적합했던 핵가족 
- 부부-자녀로 구성된 가족만 ‘정상가족’일까? 
- 남편과 아내의 불평등한 성역할 분담 
- 가족 내 약자에게 가해지는 폭력 
- 비정상적인 가족은 없다 

▲[나침반 36.5도] '해냄 청소년 교양 시리즈'에 실린 콘텐츠 이미지       
▲[나침반 36.5도] '해냄 청소년 교양 시리즈'에 실린 콘텐츠 이미지       

가족의 사전적 개념은 다양하다. 혼인이나 혈연과 같이 구성 방법에 초점을 두어 설명하는 경우도 있고, 부부와 자녀 등 구성원에 초점을 두어 설명할 수도 있다. 또한 사회집단이나 사회 조직이라는 가족의 사회적 역할에 초점을 둘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가족의 개념 정의 안에 이미 가족을 바라보는 편견과 차별이 담겨 있다. 가족에 담긴 편견과 차별을 함께 살펴보자.  

사례 1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이 되면 ‘2021년 설 4인 가족 차례상 비용은 약 24만원’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나온다. 또한 겨울이 다가오면 친절하게 4인 가족 김장 비용도 뉴스에서 알려준다.

사례 2 
누군가 대화하다가 “그 사람 좀 이상해”라고 말하면, 대부분 묻는 질문이 있다. “그 사람 결혼했어? 결혼 안 했지?”

사례 3  
배우자를 고를 때 중요하게 보는 점은 무엇이 있을까? 한 조사에 따르면, 여성은 배우자의 ‘성격 > 경제력 > 가정환경 > 직업 > 외모’ 순으로 고려한다고 답했고, 남성은 배우자의 ‘성격> 외모 > 가치관 > 직업 > 경제력’ 순이라고 답하였다.  

사례 4  
부부가 같은 회사를 다니는 경우, 한 사람이 직장생활을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누가 그만두어야 할까? 사람들은 월급을 더 많이 받는 사람이나 일을 잘하는 사람, 혹은 두 사람이 의논해서 그만두기를 원하는 사람이라고 답하기보다 대체로 아내가 그만두어야 한다고 답할 것이다.  

근대 공업화 사회에서 적합했던 핵가족 
최근 우리 사회에서 명절에 해서는 안 되는 질문 몇 가지가 있다. “대학 합격했어?”, “취직했어?”, “결혼 언제 해?”, “아이는 안 낳니?” 등이다. 과거에 우리가 일상적으로 했던 질문이 명절 금지 질문이 된 이유는 질문을 받는 사람에게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일정한 기간 교육을 받은 후 취업, 결혼, 출산을 순차적으로 하는 것이 정상적인 삶의 과정이라고 생각해 왔다. 또 부부와 최소한 2명 정도의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을 보편적인 가족이라고 생각해 왔다. 사실 이는 전형적인 핵가족의 모습이다.  

가족을 핵가족과 확대가족으로 구분한 이는 조지 피터 머독(George Peter Murdock)이라는 사회학자이다. 머독은 가족을 ‘주거를 같이하고 경제적 협동과 자녀의 생산으로 특징지어지는 하나의 사회집단’이라고 정의하였으며, 핵가족과 확대 가족이라는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머독에 따르면 핵가족은 ‘부모와 결혼하지 않은 그들의 자녀들로 구성된 가족’이고, 확대가족은 ‘부모가 결혼한 자녀와 함께 사는 가족’이라고 설명한다. 확대가족은 주로 정착 농경사회에서 많이 나타나지만, 핵가족은 가장 단순한 형태의 가족으로 서 원시 수렵 및 채집 시기와 근대화 이후 공업화된 사회에 많이 나타난다고 보았다.  

확대가족과 핵가족이 많이 나타나는 시기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머독의 가족에 관한 설명 중 ‘경제적 협동’이라는 용어에 주목해야 한다. 풍부한 노동력을 집중해야 하는 농경사회에서는 확대가족이 더 적합하다. 반면에 머독이 책을 발간한 1949년 당시의 공업화된 사회에서는 각자 다른 일터로 이동하기엔 확대가족보다 핵가족이 더 적합하다.  

핵가족은 부부의 결혼으로 시작되어 자녀 출산으로 완성되며, 자녀의 결혼 후 분가로 다시 축소되고 부부가 사망하면 사라지는 부부 중심의 가족 형태이다. 그래서 확대가족과 달리 핵가족에서는 부부 중 누군가 자녀의 돌봄을 책임져야 한다.

부부-자녀로 구성된 가족만 ‘정상가족’일까? 
공업화된 산업사회에서는 경제활동을 하는 남편과 집안일을 하는 아내로 역할을 분담한 핵가족이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가족은 사회의 구성 요소로서 사회 유지를 위한 적정한 기능을 해야 하는데, 공업화된 사회에서는 부부간 역할 분담이 된 핵가족이 확대가족보다 더 적합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부부가 2명의 자녀를 낳아서 키우는 것은 사회 구성원을 재생산해내는 합법적인 사회집단으로서 가족의 중요한 기능이라고 보았다. 결혼한 남녀 2명이 최소한 2명 이상의 자녀를 생산해야 사회 구성원이 적정수를 이루면서 사회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직장생활 등의 경제 활동으로 가족 부양을 책임지는 ‘남편’과 가족 돌봄과 자녀 양육을 책임지는 ‘아내’, 그리고 이들이 잘 양육하여 사회에 내보내야 하는 2명의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은 근대 이후 사회에서 사회 전체적으로 유용한 집단이었다. 이런 가족은 가장 도덕적인 형태이면서 전형적인 형태이고, 그래서 정상 가족이라고 여겨진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1980년대 근대화와 인구 성장 과정에서 부부와 2명의 자녀로 구성된 가족을 사회적으로 우대하였다. 이러한 가족 형태를 ‘행복한 가족’, ‘건강 가족’으로 묘사하면서 모범으로 그려낸다. 교과서에서는 가족을 묘사할 때 아빠-엄마-딸-아들이라는 4인으로 구성된 핵가족이 밝게 웃는 모습으로 등장시켰다.   

또한 직장인 남편의 월급에 가족수당을 넣거나 세금 부과 시에도 결혼하고 자녀가 있는 가족에게 혜택을 주는 것과 같이 국가는 다양한 정책에서 자녀가 있는 부부가족을 핵심 지원 대상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자녀가 있는 부부로 구성된 가족 이외의 가족 유형은 무엇인가 문제가 있거나 지원을 해주어야 하는 가족으로 규정한다.   

대표적으로 호주제 폐지 이후 2005년에 만들어진 「건강가정기본법」을 보면 ‘한부모 가족, 노인 단독 가정, 장애인 가정, 미혼모 가정, 공동생활 가정, 자활공동체’ 등을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가정으로 규정(「건강가정기본법」 제21조 4항)하고 있다. 이를 보면 우리 사회는 정책적으로 선호하는 정상가족, 그리고 사회적으로 돌봄이 필요한 나머지 가족으로 그 유형을 구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남편과 아내의 불평등한 성역할 분담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을 정상가족이나 표준 가족으로 보게 되면서 가족 내 성역할 분담 또한 정상적인 것이 된다. 이 과정에서 가족관계는 경제적 부양이라는 측면에서 위계가 형성된다. 그리고 이 위계로 인한 권력 행사는 가족 구성원 간 불평등을 가져온다.  

최근까지 고등학교의 급훈으로 남학생 반에서는 “10분 더 공부하면 아내 얼굴이 달라진다” 여학생 반에서는 “10분 더 공부하면 남편 직업이 달라진다”라는 문구를 적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제는 성차별적인 문구라고 하여 사라지고 있지만 말이다. 이런 급훈을 만들어 낸 것은 우리 사회의 어떤 유산 때문일까?  

기본적으로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에서는 남편의 경제력과 아내의 자녀 출산 및 양육이라는 분업이 중요했다. 그러다 보니 배우자를 고를 때 여성은 남성의 직업이나 재산을, 남성은 여성의 성격과 외모, 음식 솜씨 등을 중요하게 여긴다. 결혼할 때 집은 남성이, 집안에 들어가는 가구와 가전제품은 여성이 준비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도 이러한 역할 구분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맞벌이가 대세가 되고 여성의 경제 활동이 증가하는데도 가족 내 남편과 아내의 역할 분담이라는 불평등한 전통은 그대로 남았다. 과거의 역할 분담 인식이 맞벌이를 하는 가족에도 여전히 적용되기때문이다.   

또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녀 교육을 위해 경제 활동을 하던 아내에게 휴직을 권유하거나 여성 스스로 휴직을 생각하는 것도 이런 인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업화된 사회의 핵가족이 남긴 유산인, 가족 내 성역할 분담은 아직도 우리 사회의 많은 곳에 남아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족 내 약자에게 가해지는 폭력 
마음을 아프게 하는 뉴스는 여럿이지만, 그중 가장 마음 아픈 것은 가난 등의 이유로 어린 자녀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가족 이야기이다. 이런 뉴스를 보면 그 가족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부모의 선택으로 자신의 삶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아이들 생각에 더 고통스럽다.   

특히 이런 기사에는 “제발,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라는 댓글이 많이 달린다. 사실 이러한 사건은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해 생긴 비극이다. 더불어 정상가족의 이미지가 가져온 불평등의 결과이다.  

부부-자녀로 구성된 정상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결혼 후 자녀를 낳는 것이 필수다. 그래서 어른들이 결혼 후 여성에게 아이를 언제 낳느냐고 지속적으로 묻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아이 출산은 부부의 사적인 선택이 아니라 집안의 며느리로서 당연한 일인 것이다. 정상가족에서는 출산하지 않는 며느리를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기 때문에 며느리에게 출산을 강요한다.  

일상적으로 자녀 양육을 해보지 못한 아버지는 자녀와 관계 맺기를 어려워한다. 그럼에도 가 족 내에서 경제력을 가지고 있어서 최고 위치에 있기에 종 종 자녀를 폭력적 방법으로 훈육한다.   

또 정상가족에서 자녀의 훈육과 교육은 어머니의 일이기에 자녀가 잘못하면 남편이 아내에게 아이를 잘못 가르쳤다고 비난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자녀가 공부를 못하거나 문제 행동을 하면 그 비난이 아내, 즉 엄마에게로 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정상가족 이미지에 따르면 부모가 자녀에게 가하는 폭력은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한 정상적인 행위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하고도 “네가 미워서가 아니라, 다 널 위해서였다”고 합리화하는 것도 정상가족에서는 가능하다.   

그래서 부모에게서 폭력을 경험하더라도 가족 내 약자인 자녀는 당연히 견뎌야 할 뿐 다른 방도가없다. 아직까지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가족 내 아동 폭력을 당한 자녀들을 다시 가해자인 부모가 있는 집으로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상한 정상가족』이라는 책에서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로 인해, 부모가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여기지 않고 소유물로 생각하기에 자녀에 대한 폭력이 일어난다는 주장을 한다. 더불어 가족이 위기에 처했을 경우에 부모가 자녀와 함께 동반자살하는 엄청난 폭력 행위도 일어난다.  

이데올로기 
인간이나 사회 현상 등에 대하여 이념적으로 이러저러하다고 총체적으로 인식하는 양상을 말한다.

비정상적인 가족은 없다 
우리 사회의 많은 기준은 여전히 ‘정상가족’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이미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상가족’이라는 개념은 굳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정상’의 개념은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고 이러한 논의 과정에서 기준은 얼마든지 변화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공 | 해냄출판사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694
기사 이동 시 본 기사 URL을 반드시 기재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는 진로 진학 매거진 '나침반 36.5도' [해냄 청소년 교양 시리즈]에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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